30대 직장인 조모씨는 요즘 자신의 스마트폰을 활용해 저축과 투자, 자산관리에 푹 빠져있다. 각종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계좌 현황과 신용도를 조회하는 건 기본이다. 얼마 전 자신의 소비 내역을 기반으로 앱이 추천해 준 ‘맞춤형’ 신용카드를 신청했다. 최근에는 대출금리 비교, 보험 설계 기능도 눈여겨보고 있다. 조씨는 6일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소액 투자에 도전했다”며 “은행 예금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거둘 것 같다”고 말했다.
핀테크 앱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접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손 안에 있는 스마트폰 하나로 송금·환전에 부동산, P2P(개인 간 금융거래) 투자까지 가능해서다. 여기에 개인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적절한 재테크 전략까지 세워준다. 나보다 내 주머니 사정을 잘 아는 일종의 ‘개인 금융비서’인 셈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간편 송금 앱 ‘토스’는 ‘돈 불리기’ 메뉴를 통해 각종 펀드 투자나 해외 주식, P2P 분산투자, 부동산 소액투자 등을 제공한다. 펀드는 단돈 1000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 구글, 아마존 등 해외 기업에도 1주 단위로 투자 가능하다. 부동산 소액투자는 10만~10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최소 투자금 10만원부터 시작하는 P2P 분산투자 서비스는 ‘안정투자형’ ‘균형투자형’ ‘수익투자형’ 가운데 자신이 선호하는 투자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
‘핀테크 투자’는 특히 젊은 층에서 각광받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1~4월 자사의 투자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76%가 20~30대였다고 밝혔다. 1인당 평균 1회 투자 금액은 10만원 미만이 절반 이상(59%)이었다. 하지만 소액 투자의 위력은 작지 않다. 지난 3일 카카오페이가 출시한 ‘태양광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 상품은 출시 첫 날 30분 만에 ‘완판’됐다. 이 상품은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항만공사의 ‘국민 햇빛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 기간 12개월 동안 연 8%의 기대수익률이 인기 요인이었다. 카카오페이는 오는 10일과 17일에 각각 3억원 규모로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는 공인인증서를 한 번만 등록하면 예금, 카드, 증권, 보험 등 흩어져 있는 금융 데이터를 한 번에 보여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 가계부’ 기능으로 내가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분석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드, 대출, 보험 등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해 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뱅크샐러드의 ‘카드 추천’ 기능으로 신규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은 5만명에 달한다.
핀테크 업계의 시선은 보험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토스와 뱅크샐러드에 이어 카카오페이도 올 하반기부터 보험 판매에 나선다. 틈새시장인 여행자·자동차 보험 등 ‘미니보험’ 분야를 놓고 치열한 플랫폼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마이데이터(My data)’ 산업이 본격화되면 핀테크 앱의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는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은행이나 카드·보험사 등은 개개인의 소비, 재정 상황 등을 고객 동의를 얻어 상품 설계에 활용할 수 있다. 고객들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권별 상품이 결합된 특색 있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