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볼넷 없이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수는 104개, 최고 구속은 시속 92.1마일(약 148㎞)이었다. 다저스는 9대 0으로 완승을 거뒀고, 류현진은 시즌 9승(1패)째를 수확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1.48에서 1.35로 끌어내렸다. 특히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양대리그를 합쳐 전체 다승·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경기에선 류현진의 침착함과 위기관리 능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다저스 야수들은 세 차례나 수비 실책을 저질러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류현진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앞세워 맞혀 잡는 피칭을 구사, 차곡차곡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총 25타자를 상대한 그는 14차례 땅볼, 3차례 뜬공을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류현진은 경기가 끝난 뒤 “상대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존 경계에 있는 공을 보고 적극적인 스윙을 하더라. 땅볼을 유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는 힘으로 타자를 누를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단지 내 투구를 하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6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59의 기록으로 전날 내셔널리그 5월 이달의 투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류현진은 이달 첫 경기에서도 상승세를 계속 유지했다.
류현진은 또 ‘체이스 필드 공포증’마저 떨쳐내는 소득을 올렸다. 류현진은 체이스 필드 등판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까지 총 7차례 등판했는데, 2승 2패 평균자책점 4.89로 저조했다. 지난해 8월에는 피홈런 3방 포함 6실점을 기록해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특히 부상 악몽을 안겨준 곳도 체이스 필드였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 이후 본격적으로 재기에 나선 지난해 5월 3일 이 곳에서 왼쪽 사타구니 통증을 느껴 2이닝 만에 물러났다. 이후 3개월 이상 재활에 매진하며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었다.
류현진이 이달에도 괴물 같은 투구를 이어가자 현지에서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트위터는 ‘류현진이 최근 44⅔이닝 동안 단 2실점만 내줬다’는 내용의 게시물과 함께 “평균자책점을 1.35까지 낮췄다. 류현진은 현재 야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투수”라고 전했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의 지배는 계속 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사타구니 부상을 당한 뒤 처음으로 체이스 필드 마운드에 올라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다”고 극찬했다. 특히 트루 블루 LA는 “류현진이 12경기 연속 2실점 이하 1볼넷 이하를 기록했다”며 “최근 11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2실점 이하 1볼넷 이하를 10경기 연속 넘게 기록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추신수는 같은날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빅리그 통산 200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추신수는 0-4로 뒤진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볼티모어 선발 딜런 번디의 2구째 공을 걷어 올려 시즌 11호 홈런으로 연결했다. 2005년 데뷔 후 15시즌 만에 200홈런이라는 대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추신수는 데뷔 2년차였던 2006년 첫 홈런을 때려내며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2008년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홈런(14개)을 기록한 그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22홈런을 총 세 차례(2010 2015 2017년) 달성했다.
지난해 5월 27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는 통산 176호 홈런을 날려 아시아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일본의 마쓰이 히데키(은퇴)가 가진 175홈런이었다. 이후 추신수의 대포가 터질 때마다 신기록은 경신됐고, 마침내 아시아 선수 첫 200홈런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까지 점령했다.
추신수는 이날 5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삼진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시즌 타율은 0.302로 소폭 올랐다. 다만 텍사스는 추신수의 활약에도 11대 12로 석패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