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8)는 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신작 ‘죽음’(열린책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죽음’은 죽음이 우리 삶의 마지막 챕터라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풀어나간 얘기”라고 소개했다.
새 소설은 유명 추리 작가인 주인공이 자신을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그는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스스로 질문하지 않는다면 삶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개미’로 유명한 그는 전작 ‘타나토노트’ ‘신’ 등에서 죽음과 사후 세계의 문제를 계속 탐구해왔다.
베르베르는 “우리 세대는 먹고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운이 좋은 세대”라며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질수록 우리는 지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는 한계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작품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소설은 주인공의 죽은 영혼이 인간 세계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는 “인간과는 다른 존재인 동물, 신, 영혼 같은 존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은 인간 아닌 주체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것”이라며 “무거울 수 있는 죽음이란 주제를 다소 가볍고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다루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유별난 인기에 대해서는 한국의 수준 높은 독자들 덕분이라고 했다. 베르베르는 “한국의 젊은 독자들이 매우 지적이기 때문에 내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또 한국은 과거보다 미래에 더 큰 관심을 갖는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을 선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베르베르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농담을 곁들이며 문답을 이어갔다. 외모에 큰 변화가 없다는 한 기자의 인상평에 “그게 대머리의 최대 장점”이라고 받아쳤고, 참신하지 않다는 일부 신작 평에 대해 “늘 새 책이 나오면 전작이 낫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6일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상상력과 소통’이란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