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의 회동 형식을 놓고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북 식량지원과 외교안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5당 대표 회동을 제의하자 한국당은 단독 회동을 요구했다. 다시 청와대가 5당 대표 회동 후 일대일 회동 의향을 묻자 이번엔 국회 원내교섭단체 3당 대표 회동 후 일대일 회동이 아니면 안 하겠다고 응수한다. 그러면 청와대도 안 한단다. 제의와 역제의를 두 차례 주고 받은 끝에 도로 제자리다.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민생은 더 어렵다. 모든 국가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 난국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도 헤쳐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국회는 한 달 넘게 무위도식 중이다. 설상가상 여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를 향해 증오와 혐오의 언어를 토해낸다. 정부가 경기 부양 등을 위해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먼지만 수북하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여야 정쟁에 새우등 터지는 건 하루하루가 고달픈 서민들이다.
정치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의 걱정을 더는 데 있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는 그 반대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참담한 지경이다. 이를 풀어야 할 책임은 대통령을 위시한 여야 지도자에게 있다. 한시가 급한 중차대한 시기에 여야의 최고 리더십이 곁가지에 불과한 회동 형식을 놓고 기싸움이나 벌이고 있으니 국민들 혈압은 날로 상승한다.
형식보다 중요한 게 내용이다. 청와대나 한국당 희망대로 회동이 성사됐다 해도 얽힌 실타래를 풀지 못하면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 정국경색을 풀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도 부족한 시간에 ‘5+1’이냐, ‘3+1’이냐 다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 형식에 집착하는 청와대와 한국당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 차례 만났다. 대통령이 제1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게 김 위원장 만나는 것보다 어려워서야 되겠는가.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야 할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회 정상화부터 개혁입법, 민생문제에 이르기까지 촌각을 다투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역지사지의 자세가 청와대와 한국당에 필요하다. 청와대가 시한으로 제시한 7일까지 아직 하루의 여유가 있다. 청와대는 열린 자세로 한국당을 설득하고, 한국당 또한 대승적 차원에서 청와대 회동이 성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 전 회동이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다.
[사설]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 만남 이렇게 어렵나
입력 2019-06-0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