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한 손에는 불, 한 손에는 칼

입력 2019-06-06 00:02

오늘은 이삭을 번제로 드리는 이야기 속에서 헌신이나 순종이라는 주제보다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리아의 한 산에서 아브라함에게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바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 따라 아브라함은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모든 준비를 마칩니다. 번제로 드리는 시늉만 한 것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아침에 일찍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두 종과 함께 이삭을 데리고 번제에 쓸 나무를 갖고 출발합니다. 아브라함은 왜 아침 일찍 일어났을까요. 아들을 번제로 바치는 것이 기뻐서일까요. 아들을 바치고 나면 복이 주어질 것을 기대하기 때문일까요. 사실상 아들을 바치라는 명령만 주어졌을 뿐 다른 어떤 복을 주겠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은 아침 일찍 준비해 3일 길을 출발합니다.

아브라함은 사랑하는 아들을 번제로 드릴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래서 뜬 눈으로 날을 새며 아들을 태울 나귀를 준비하고 손수 안장을 놓습니다. 아마도 아들을 번제로 태울 나무도 손수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날이 새 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밤을 기억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지실 것을 생각하시며 잠을 이루지 못하십니다. 만찬을 마치고 감람산으로 오르시며 기도의 장소로 가십니다. 땀방울이 핏방울 되도록 통곡과 눈물로 기도하십니다. 그렇게 날이 새고 새벽이 가까워져 올 때 가룟 유다의 배신으로 잡히십니다.

지난밤 예수님은 얼마나 괴로우셨을까요. 눈물로 기도할 때 예수님 홀로 눈물 흘리셨을까요. 아닙니다. 하나님 아버지도 함께 우셨습니다. 그렇게 아들 예수님과 아버지 하나님은 새벽을 맞이하십니다. 그처럼 아브라함은 괴로운 심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이제 3일 길을 걸어 말씀하신 산에 도착합니다. 아브라함은 종들을 남겨두고 아들과 단둘이 예배 장소로 오릅니다. 예수님의 골고다 언덕을 기억하게 합니다. 예수님이 잡히실 때 사랑하는 제자들은 모두 떠나 버립니다.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며 예수님은 홀로 십자가를 지십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은 그 누구도 골고다 언덕을 함께 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골고다 언덕을 예수님 홀로 오르셨을까요. 아닙니다. 그곳에 아버지 하나님도 함께 오르셨습니다. 아브라함이 종들을 물리고 아들과 단둘이 모리아 산을 올랐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브라함은 번제에 쓸 나무를 아들 이삭에게 지웁니다. 마치 자신이 져야 할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던 예수님처럼 이삭의 등에는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자신을 태울 나무가 짊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아브라함이 앞서 오릅니다. 아들 이삭을 번제로 드릴 장소로 덤덤하게 오릅니다.

이제 번제 장소에 도착하자 아들 이삭을 결박합니다. 그리고 칼을 듭니다. 마치 로마 병정들의 손을 빌려 머리에 가시관을 씌우고, 채찍질하고, 그들의 투박한 손에 못질을 맡기고, 그들의 손으로 창 자국을 남기십니다. 사실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결박하고 칼을 들었던 것입니다.

한 손에는 불을 들고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울고 있는 아버지의 눈물이 보이십니까.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아들이 보이십니까. 우리는 오늘 창세기 22장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과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믿음을 봐야 합니다.

지금 고통과 딱함 가운데 계십니까. 너무 아파서 소리내기 조차 힘겹고 그저 눈물만 흘리는 분들 계십니까. 고난의 웅덩이에 홀로 버려졌다고 느껴지나요. 성도님, 당신 홀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 우리 하나님 아버지도 함께 계십니다. 비록 한 손에는 불을 한 손에는 칼을 들고 계시지만 여전히 여러분을 사랑하고 함께 아파하십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함께 고난당하시고 고통당하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바라보십시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지금의 고통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고재국 목사(양지제일교회)

◇경기도 용인에 있는 양지제일교회는 소망 되신 예수님을 노래합니다. 냉혹한 도시를 향해 희망을 노래합니다. 낙망한 영혼, 상한 심령, 깨진 가정, 무너진 캠퍼스, 처절한 직장에서 오늘을 견뎌내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노래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말씀에 충실하며, 본질을 붙들고, 지역을 섬기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