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투입한다. 내년도 예산 초안에 2조5000억원 규모를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잦아들 때까지 한시 운영하겠다던 당초 취지와 달리 3년 연속 예산을 잡은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여전히 크다는 정부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이다. 오는 8월에 인상폭이 결정되면 이를 토대로 예산 초안을 뜯어 고친다. 다만 일부 금액 조정은 있어도,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달에 제출한 내년도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 초안의 규모는 2조5000억원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나랏돈으로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의 120% 이하 급여를 받는 근로자 1인당 월 13만~1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자영업 등 영세사업자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겠다는 게 제도 취지다.
시행 첫 해인 지난해엔 최저임금 인상률(16.4%)을 감안해 2조9717억원을 편성했었다. 월 190만원 이하를 받는 256만명에게 2조4444억원을 집행했다. 최저임금이 10.9% 오른 올해 역시 2조8818억원을 책정했다. 예산으로 직접 근로자 임금을 줘서는 안 된다는 야당의 거센 비판이 잇따랐지만 정부는 ‘한시적 지원’이라고 선을 그으며 일축했었다.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일자리 안정자금은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서서히 없애기로 여·야와 약속했다”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호언장담했지만, 최소한 내년까지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은 지속될 예정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규모와 상관없이 지원이 이어지는 것이다. 기재부는 8월에 ‘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을 본격 심의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적으면 적을수록 내년 예산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속도조절에 무게를 두는 상황이다. 고용부가 요청한 초안보다 예산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폐기해야 할 수준은 아니다.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이 가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년도 인상분도 함께 지원하는 성격이 있어서 예산 감축이 이뤄질 수는 있어도 사업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정현수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