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현지인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을 위한 기도와 모금 운동이 시작됐다. 수도 부다페스트뿐만 아니라 헝가리 전역으로 추모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4일(현지시간)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다페스트의 헝가리 개혁교회(RCH)는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부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행사를 벌이고 있다. RCH는 한국 기독교장로회와 교류협력 관계를 지속해온 칼빈파 단일 개혁교단이다. 이스테반 보가디 스자브 목사(Bishop)는 “우리 한국인 형제자매 교인과 함께 위로를 전한다. 그들 역시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다면 언제든 도왔을 것”이라며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
이스테반 목사는 3년 전 한국의 경기도 안산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유족과 생존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고 메시지에서 밝혔다. 그는 “당시 말을 직업 삼은 목사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였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며 “교인 부모들의 추도사가 있고서야 우리는 감정을 추스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깊은 감동을 받았지만, (참사가 일어난) 지금은 깊은 고통을 느낀다”면서 “하늘에서 지상으로 우리를 구원하러 오셨던 하나님께 위로를 구한다. 교인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적었다.
추모 분위기는 헝가리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약 230㎞ 떨어진 헝가리 제2의 도시 데브레첸에서도 모금이 진행 중이다. 이곳 RCH는 2일 공동성명을 내고 “부다페스트에서 일어난 선박 사고에 경악과 깊은 애도를 전한다”면서 기부 모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데브레첸 교회에서는 사고 희생자 추모 예배가 열렸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첫 추모예배에서 모금한 1000달러(약 118만원)는 주헝가리 한국대사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RCH 교단 측은 “우리는 수십년간 한국 개신교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며 “헝가리 전국 교회에서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에 따라 헝가리 전국 1000여개의 RCH도 함께할 예정이다. 기독교장로회총회 국제선교부 박성국 목사는 “RCH는 한국 장로교회와 1995년부터 교류해 왔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라면서 “현재도 한국 선교사 2명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선교사 일행은 참사 발생 초기 생존자 지원 활동을 했다.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추모 물결도 커지고 있다. 다뉴브강 인근에선 3일 오후 7시 머르기트 다리 위에 현지 주민과 여행객 등 400여명이 모여 함께 한국 민요 아리랑을 부르는 ‘합창단의 밤’ 행사가 열렸다. 노을 진 다리 위에서 저마다 손에 하얀 악보를 쥔 시민들은 아리랑 곡조를 20여분간 따라 부르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추모 분위기는 사고 엿새가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사고현장 인근에는 4일에도 추모를 위한 꽃과 촛불 수가 계속 늘어났다. 머르기트 다리 바로 앞에 위치한 꽃집은 흰색 국화를 사가려는 추모객이 계속해서 몰리자 아예 국화를 담은 통을 집어가기 쉽도록 가게 바깥에 내놓았다. 다리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유감이다”며 위로를 건넸다.
조효석 기자, 부다페스트=박상은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