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 상품성·친환경 ‘두 토끼 잡기’ 속앓이

입력 2019-06-05 04:06
방문객들이 3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아 꾸려진 ‘신세계 에코마켓’에서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유통·식품업계가 친환경 정책을 놓고 고민이 깊다. 배송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품성과 편의성을 위해 대거 사용하는 플라스틱 등 쓰레기 문제는 업계가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가 됐다.

4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친환경 포장재 사용과 포장 간소화를 위해 업체마다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상품성을 지키는 것’과 ‘환경 친화 정책’ 사이의 줄타기가 쉽지 않다는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상품을 받는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환경에도 기여하기 위한 ‘뾰족한 수’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 100조원 시대에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는 배송 서비스의 편리함에는 ‘너무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다’는 이면이 공존한다. 특히 신선식품, 냉장·냉동식품 배송에는 겹겹의 포장과 아이스팩이 사용되고 있다. 배송 서비스를 즐기는 소비자들 가운데 ‘과대 포장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는 이가 적잖다.

친환경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식품 업체들은 포장 최소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유통 업체들은 친환경 아이스팩 개발, 스티로폼 대신 재생용지 사용,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 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유통·식품업계는 각종 캠페인과 함께 다양한 ‘업사이클링’ 상품도 내놓고 있다. 텀블러, 에코백 등으로 소비자들의 친환경 소비를 독려하기도 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신선식품 배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선도’다. 제품의 신선도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게 업체 입장에선 필사적으로 구현해야 할 일”이라며 “친환경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신선도’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포장을 최소화한 ‘치킨팝’을 내놨고(왼쪽) 롯데홈쇼핑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100% 식물성 ‘바이오매스 합성수지’를 원료로 한 친환경 비닐을 개발했다. 각 사 제공

스낵류의 과대포장 문제도 여전하다. ‘질소 과자’라고 질타받기는 하지만 ‘바스라지는 과자’를 원치 않는 소비자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밀키트’(식재료와 양념이 따로 포장돼 있고, 업체가 제공한 레시피대로 조리만 하도록 만들어진 제품)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가공식품 시장의 ‘쓰레기 배출 논란’도 재연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줄이게 될지 몰라도 포장재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도 계속 고민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신선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포장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