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기 검찰총장의 조건

입력 2019-06-04 04:01
청와대가 차기 검찰총장 후보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현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자를 고르는 작업이다. 천거된 인사 가운데 검증에 동의한 8명이 대상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까지 후보자를 압축해야 한다. 차기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최종 후보자 3~4명 가운데 한 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사법연수원 19~23기다. 후보군 가운데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낮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발탁될 경우 관행상 검찰 조직의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연수원 19~21기의 고위직 검사 대부분이 사표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20기 중에서 나온다면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차기 총장은 역대 총장과는 성격과 임무가 확연하게 구분된다. 지금까지의 총장 역할에 더해 검찰 개혁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매듭지어야 한다. 여기에 최적화된 인물이 차기 총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문 총장처럼 조직 이기주의를 앞세우면 검찰 개혁은 백년하청이다. 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인데 감투 욕심에 검증에 동의한 후보는 당장 이를 철회하는 게 공직자의 바른 자세다. 이미 정부 부처 간, 당정청 간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미세 조정은 가능해도 수사권 조정의 큰 틀이 흔들려선 안 된다.

검찰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검찰의 오랜 잘못된 관행 탓이다. 검찰은 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을 내세웠으나 권력의 편에 서거나 외압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어떤 경우에도 검찰이 포기해서는 안 되는 절대적 가치다. 이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신념과 용기를 가진 인물이 차기 총장이 돼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 원활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위해 충성도를 차기 총장의 최우선 인선 기준으로 삼을 경우 개혁은 고사하고 역풍을 맞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대규모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 제도 개선도 마찬가지다. 인적 쇄신과 제도 개선은 개혁의 시작과 끝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 검찰 개혁의 적기다. 검찰의 시선이 아닌 상식의 시선으로 검찰을 바라보는 합리적이고 강단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그 일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