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대리전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미·중 양국 여성 앵커들의 공개 토론(사진)이 30일 성사됐다. 당초 두 앵커의 뜨거운 논쟁이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고보니 맥빠진 인터뷰 같았다는 혹평이 나왔다.
이날 토론은 미국 폭스비즈니스 채널 앵커 트리시 리건의 ‘프라임타임’이 베이징 스튜디오를 통해 중국 CCTV 산하 국제방송 CGTN의 앵커 류신을 연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폭스비즈니스 채널은 오전 16분간 진행된 토론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중국은 영상을 별도로 송출하진 않았지만 누리꾼들은 중국 매체들이 제공하는 문자중계로 몰리며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인민망(人民網)이 제공한 문자중계에만 60만명이 넘게 접속했다.
두 앵커는 공정무역과 지식재산권 갈등, 화웨이, 관세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화끈한 난타전은 없었다. 주로 리건이 설명을 요구하면 류신이 중국의 특수성을 해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리건은 첫 질문으로 “중국은 무역협상 합의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류신은 “나는 내부소식을 모른다”면서 다소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미국이 성의를 보이고 중국 협상대표를 존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무역전쟁은 모두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류신은 관세에 대해 “한쪽이 규칙을 바꾸려 한다면 반드시 다른 쪽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을 차별대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훔쳐간다는 지적에 류신은 “미국인끼리의 지재권 소송이 훨씬 더 많다. 중국만 비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리건은 시종 미소를 지었지만 류신은 종종 표정이 굳어졌다. 미국에선 리건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중국에선 “리건이 류신의 말을 끊었다. 토론 자세가 안 돼 있다”고 평가했다. 토론이 영어로 진행돼 류신에게 불리했다는 지적도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