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속 실종자 수색 난항… “생존자 발견 가능성 희박”

입력 2019-05-31 04:02
헝가리 군인들이 30일(현지시간)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서 군함을 타고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빠른 물살과 불어난 강물로 인해 실종자 구조작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AP뉴시스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일대에서는 29일 밤(현지시간) 철야 수색이 벌어졌지만 한 사람의 실종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헝가리 구조 당국 관계자는 30일 국영TV 인터뷰에서 “희망이 없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생존자를 발견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구조 당국은 다뉴브강 바닥에 침몰한 허블레아니호 위치를 파악했지만 악천후 탓에 실제 인양까지는 수일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선박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침몰 지점 인근 교각의 행인 출입도 통제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비가 계속 내리고 강풍에 물살마저 거세게 일면서 작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부다페스트 재난관리국은 30일 구조 및 수색 작업의 범위를 헝가리 내 다뉴브강 전체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실종자들이 하류로 떠밀려갔을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헝가리를 관통하는 다뉴브강의 길이는 약 420㎞에 달한다. 이 일대에선 구조선 이외에 선박 통행이 중단됐고, 인근 다리에서도 일반 차량의 이동이 제한됐다.

구조 인력은 헝가리군 병력과 소방관, 수상경찰 등 90여명이다. 현지 전문 잠수사도 실종자 수색에 다수 동원됐다. 신속한 구조를 위해 전파를 이용해 수중 사물을 인식하는 레이더스캐너 등 특수장비도 투입됐다. 사고 현장 근처의 머르기트 다리 위에는 소방차와 구급차 수십대가 하루 종일 줄지어 서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민간에서도 구조 활동을 적극 돕고 있다. 다뉴브강변에 정박한 선박들은 강물에 탐조등을 비추며 실종자 수색에 힘을 보탰다. 사고 지점에서 2㎞ 떨어진 리버티 다리 인근에서 영화를 촬영하던 제작진도 강물을 향해 조명을 쏴 구조 작업을 도왔다. 구조 활동에 동원되지 않은 현지 경찰이 다리 위에서 손전등을 비추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사고 이전부터 부다페스트에 쏟아진 많은 비로 다뉴브강 수위가 높아진 데다 강풍까지 불고 있어 구조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구조 당국은 29일 밤새 수색 작업을 진행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작업은 이튿날인 30일 오전 재개됐다. 헝가리 잠수사들은 침몰한 선체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중 수색을 시도했으나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른데다 수온까지 낮아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경찰 대변인은 “음향탐지장비(소나)를 사용해 침몰선 위치를 파악했다”면서 “인양까지는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헝가리 기상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헝가리 기상청에 따르면 31일 오전에 부다페스트에는 시속 최대 27㎞의 강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지속적으로 내리는 많은 양의 비로 다뉴브강 수위는 수일 안에 5.8m까지 올라갈 확률이 높다고 MTI는 전했다. 우리 정부는 헝가리 당국의 구조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해군 해난구조대 소속 7명과 해경 구조팀 6명, 국가위기관리센터 2명 등을 현장에 보냈다.

조민아 김경택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