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K참사관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을 결정했다. 옷을 벗게 된 K참사관은 잘못은 인정하지만 징계 수위가 과하다며 소청심사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K참사관으로부터 통화 내용을 입수해 폭로했던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추악한 공포정치”라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3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강효상 한국당 의원에게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해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K참사관에게 파면 처분을 내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징계 양정 기준에 따르면 파면을 의결하는 데 고의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고 중과실이 있을 경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참사관은 의도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정상 간 통화라는 중요 비밀을 유출했다는 점에서 중과실로 판단해 파면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징계 대상에 함께 오른 주미대사관 A참사관은 경징계인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A참사관은 외교부 본부에서 보내온 한·미 정상 통화 관련 전문을 출력해 열람 권한이 없는 K참사관에게 전달했다.
앞서 외교부 보안심사위원회는 지난 27일 K참사관과 A참사관, 공사급 고위 외무공무원 1명까지 총 3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공사급 외무공무원은 조만간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된 K참사관은 당초 받을 공무원연금 액수가 절반으로 깎인다. K참사관을 대리하는 양홍석 변호사는 “외교부가 소위 ‘추가 2건’을 징계 사유로 즉석에서 추가하려는 듯한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추가 2건’은 K참사관이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만남이 무산된 경위와 4월 한·미 정상회담 관련 실무협의 내용을 누설했다는 의혹이다. 당초 K참사관 징계의결요구서에는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만 적시됐다. 2건의 추가 의혹을 부인한 K참사관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반발했고, 결국 징계의결요구서에 나온 1건에 대해서만 징계위가 진행됐다.
양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K참사관 본인이 잘못한 것에 대한 징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지속적·의도적으로 (유출)한 것처럼 징계 사유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들을 부각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의도성과 지속성은 없었다고 소명했다. 파면은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K참사관은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구걸외교 참사의 책임자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한 경질 요구는 외면한 채 외교부 공무원만 잔혹하게 파면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의 추악한 공포정치”라며 강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외교부가 속전속결로 K참사관 등 실무라인에 모든 책임을 지우고, 강 장관과 조윤제 주미대사에 대한 문책은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