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요즘 ‘주민총회’중… 동네 사업, 투표로 정한다

입력 2019-05-30 22:02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종암동 노블레스타워 그랜드홀에서 열린 ‘종암동 제2회 주민총회’ 참석자들이 주민자치회가 제안한 동네 사업들에 대해 투표를 하기 전 토론을 하고 있다. 성북구 제공

요즘 서울시내 곳곳에서 ‘주민총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6시 시작된 성북구 종암동 주민총회는 2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넘게 이어졌다. 5∼6월에 4개구 26개동에서 주민총회가 열리고, 7∼8월에 11개구 55개동에서 예정돼 있다.

주민총회는 지난해 처음 선보인 서울시의 주민자치 모델이다. 1년에 한 번 주민들 수백 명이 모여 동네에 필요한 사업을 투표로 결정한다. 지난해 26개동에서 처음 개최됐고 올해는 55개동이 추가돼 총 81개동에서 주민총회가 진행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해온 마을사업이 주민총회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5개의 원탁 테이블에 나눠 앉은 주민총회 참석자들은 종암동주민자치회가 주민 제안을 받아 분과위원회를 통해 선별한 12개 사업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토론을 벌인 뒤 모바일투표로 사업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테이블에 같이 앉은 사람들은 “작년에 이 동네로 시집 온 새댁입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입니다” “종암동에서 21년째 살고 있습니다”라며 서로 인사를 나눴다.

투표 결과, 안전취약 가정에 화재경보기나 가스감지기 등을 설치해주는 ‘안전제일 종암동’ 사업이 34.3%로 최고 득표를 기록했다. 이어 ‘건강한 삶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주민자치활동 지원과 강화’ ‘주민강좌 활성화’ ‘종암동과 이육사 아카이빙’ 순으로 주민 지지가 높았다.

앞서 25일 열린 성북구 동선동 주민총회에서는 공유부엌 조성, 고보조명 설치, 장수사진 무료 촬영, 재활용놀이터 설치 등이 우선순위 사업으로 선정됐다. 동선동 주민총회는 고등학생 2명이 사회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민총회는 종암동주민자치회가 주도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를 열고 여기서 결정된 사업들을 중심으로 주민자치계획을 수립한 뒤 하반기부터 구청, 동주민센터와 협조해 사업을 추진한다.

주민자치회는 자체 예산도 갖고 있다. 종암동주민자치회의 경우 1억47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시·구가 주는 주민참여예산 8500만원과 서울시가 올해부터 새로 주민자치회에 지원하는 주민세 개인균등 환원분 6200만원이다.

이병한 종암동주민자치회장은 “작년 7월에 첫 주민총회를 열어서 14개 의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주민들 불편이 컸던 버스정류장을 민원 없이 깔끔하게 이전했고, 시인 이육사가 종암동 62번지에 살았다는 사실을 발굴해서 ‘이육사기념관’을 건립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부터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해 주민들 스스로 사업을 발굴하고 집행하는 주민자치 모델을 정립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역 내 직능단체 대표나 유지들로 구성된 50∼60대 남성 위주의 조직이었다면 새로 구성된 주민자치회는 주부들과 청년들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참여를 확대했다. 위원 숫자도 주민자치위원회보다 2배 이상 많다. 특히 주민자치위원회가 행정의 자문기구 성격이 강했다면 주민자치회는 행정과 예산의 일부를 넘겨받아 실행한다.

최순옥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관은 “주민총회는 서울의 주민자치 모델”이라며 “박 시장이 지난 7년간 추진해온 마을공동체 만들기, 마을활동가 육성, 주민참여예산 등이 누적돼 주민총회라는 새로운 모델이 태어났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