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람’은 ‘예수님의 사람’이 좋아하는 달걀찜을 능숙하게 요리한다. 예수님의 사람은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찬양을 찾아 하나님의 사람에게 들려준다. 방바닥에서 함께 뒹굴며 예수님의 사람과 깔깔거리던 하나님의 사람은 예수님의 사람을 일으켜 앉힌 채 어깨를 내준다.
29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빌라에서 만난 쌍둥이 형제의 일상이다. 형제의 이름은 김예람(11·뇌병변장애 1급) 김하람. 예수님의 사람, 하나님의 사람을 뜻하는 이름이다. 11년 전 같은 날 1분 차이로 태어난 형제는 나란히 인큐베이터에 몸을 뉘었다.
“임신 8개월쯤 산부인과에 검사하러 가던 날이었어요. 갑작스레 양수가 터져서 구급차를 타고 큰 병원으로 옮겨졌죠. 진통 끝에 수술까지 하며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1.9㎏과 1.7㎏의 핏덩이가 인큐베이터로 향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형제는 20일 후에야 인큐베이터를 나와 엄마 강미화(41·풍성교회) 집사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얼굴 체형 미소까지 닮았지만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 형 예람이의 소견서에만 ‘정밀검사 요망’이란 코멘트가 달려 있었다. 검사 결과는 뇌실주위백색연화증. 뇌척수액이 차 있는 뇌실 주변의 조직 일부가 손상돼 발생하는 병이다. 재활의학과에서는 예람이에게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내렸다.
강 집사는 “처음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는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오나’ 싶어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회상했다. 소화기관이 유독 약했던 예람이는 활동량이 적고 누워만 있다 보니 구토하는 날이 많았다. 심한 날은 응급실에도 실려 갔다. 배변활동도 원활치 못해 일주일에도 몇 차례 관장을 해야 했다. 다리가 너무 약해 매일 아침 외할머니 신현완(72) 권사의 등에 업혀야 스쿨버스를 타러 갈 수 있었다.
스스로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지만 예람이에겐 튼튼한 두 다리보다 듬직한 동생이 있다. 하람이는 걸음을 떼던 날부터 제 몸집만 한 형을 일으키고 자신에게 기댈 수 있게 해준 조력자였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없을 땐 밥상을 뚝딱 차려 대령한다. 강 집사는 “변변한 장난감 하나 없는데도 예람이와 하람이가 장난칠 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예람이에게 10살 생일은 특별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앉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물리·작업치료로 자세와 체형이 교정된 덕분이다. 감각통합 운동치료까지 받으면 재활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형편상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강 집사는 집 근처 마트에서 일한다. 남편은 10여년 전 일하다 사고로 두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예람이 치료비에 올해 고등학생이 된 예람이의 형까지 삼형제를 교육하고 생계를 꾸려가기엔 수입이 턱없이 부족하다.
신 권사가 집안 곳곳에 손수 적어 붙인 성경말씀은 예람이네의 에너지원이다. 신 권사는 “하나님께서 ‘서로 의지함’을 가르쳐 주시려고 예람이 하람이를 보내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19년 4월 26일~ 5월 29일/ 단위: 원)
△김병윤(하람산업) 20만 △이영자 김전곤 백선아 김순자 정영곤 조동환 장경환 10만 △우만제 조현옥 조성선 이윤식 한승우 연용제 5만 △김덕수 김태명 김진수 이영란 이삼호 이정자 황성열 3만 △김지천 2만 △이정하 김진일 정인숙 김진일 1만 △권종선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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