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려막기 코드인사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입력 2019-05-30 04:01
자기편만 중용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 재확인된 차관급 인사…
폭넓은 인재 등용 통한 국민통합은 요원해져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끝날 때까지 계속 친한 사람들만 기용할 것인가. 이번 차관급 인사를 보면 문 대통령이 자기편 외에는 잘 어울리지 않으려는 성격이 아닌지 의심마저 들 정도다. 김외숙 신임 청와대 인사수석은 문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했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 변호사다. 그가 법제처장으로 발탁됐을 때만 해도 정권 초기니까 대통령이 마음 맞는 사람을 쓸 수도 있다며 이해하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많은 공직 후보자들이 각종 의혹과 이런저런 문제로 낙마해 인사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인사수석은 이런 책임을 지고 국민들의 관심 속에 교체되는 자리다. 그런데 그렇게도 사람이 없어 또 자기 사람을 쓰는가. 더구나 노동·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인사 실무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김 수석이 두루 인재를 찾아내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지도 미지수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전문 인사 비판에 대해 “얼마나 성과를 낼지에 따라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임명된 인사들이 일을 잘할지 못할지는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인사가 적절한지,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따질 뿐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하다 파격적으로 발탁된 김형연 신임 법제처장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장판사 출신인 그는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를 지냈다. 2017년 5월 법원에 사표를 낸 지 이틀 만에 청와대 비서관으로 직행했다. 결국 2년 만에 부장판사에서 법제처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재판만 잘해서 이렇게 출세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진보성향 판사라고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쓸 수 있다. 하지만 임기 3년차가 됐는데도 코드에 맞는 진보성향만 기용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면 널리 인재를 구해 쓴 조선시대만도 못한 인사가 된다. 설령 장관급은 코드 인사를 하더라도 차관급 정도는 탕평 인사를 해도 국정 운영에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인사는 만사라고 단순히 일을 잘하고 못하고만을 따지는 게 아니다. 능력은 매우 중요하지만 하나의 항목이고 이마저도 주관적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도 감안해야 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징성 있는 인사일수록 폭넓은 인재 등용을 통해 국민 통합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이 기회였다. 하지만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