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이 1위 주자는 존슨 전장관… EU “거짓말쟁이” 반감

입력 2019-05-27 04:02

‘브렉시트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사퇴 선언 이후 차기 총리 후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차기 총리를 맡게 되는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 8명이 출마를 선언했으며, 최대 15명이 경쟁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 시점에서는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앞으로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 8명은 존슨 전 장관과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 앤드리아 레드섬 전 보수당 원내대표, 에스더 맥베이 전 고용연금부 장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 맷 핸콕 보건부 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이다. 이들은 메이 총리 내각에 참여했거나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은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지지 여부를 놓고 나뉜다.

대표적 강경파인 존슨 전 장관은 지난해 메이 총리와 EU가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발해 가장 먼저 장관직을 사임한 인물이다. 그는 그동안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비판하면서 EU와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스위스경제포럼 연설에서도 ‘노딜 브렉시트’가 되더라도 10월 31일까지는 반드시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존슨 전 장관 외에 랍 전 장관, 레드섬 전 원내대표 등도 브렉시트 강경파다.

이에 비해 중도파인 스튜어트 장관과 핸콕 장관은 노딜 브렉시트에 부정적이다. 영국 경제가 받을 충격이 엄청난 만큼 의회에서 협상을 통해 브렉시트를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차기 총리 1순위는 존슨 전 장관이다. 지난 18일 더타임스가 보수당원 8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존슨 전 장관은 39%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는 13%를 차지한 랍 전 장관이다. 둘의 양자대결에서도 59%대 41%로 존슨의 승리가 예상됐다. 가디언은 “보수당 온건파를 중심으로 존슨 전 장관의 당대표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반(反)존슨’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온건파인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은 옵서버 기고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포퓰리즘에 기름을 붓고 경제와 국익에 전례없는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슨 전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되는 것은 EU에도 악몽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EU가 존슨 전 장관을 ‘EU를 파괴하려는 거짓말쟁이 포퓰리스트’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존슨 전 장관에 대한 EU의 인식은 뿌리가 깊다. 존슨 전 장관이 1989~94년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특파원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주재했을 때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로 반EU 감정을 부추겼던 데서 유래한다. 2016년에는 EU를 나치 독일에 비유했다가 EU 회원국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EU 집행부 관계자는 “존슨이 차기 총리가 되면 합의안 재협상을 거부하는 EU의 태도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다음 달 7일 당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보수당은 메이 총리 사퇴 다음 주부터 새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시작, 6월 말까지 최종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 뒤 7월 말 전국 보수당원 우편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메이 총리는 새로운 당대표가 뽑히는 7월 말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게 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