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현지시간)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새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게임 중독을 실생활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으로 인정한 결정이다. 새 ICD안은 2022년부터 회원국에 효력이 발생하는데 권고사항이라 반영 여부는 각국 정부에 달려 있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권고를 받아들여 2025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시 게임 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보건 당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고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게임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질병코드 부여에 부정적이다. 문화·예술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제한하게 되고 게임산업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게임의 문제는 그 자체가 아니라 중독(과몰입)이 다. 게임에 중독된 중학생이 나무라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고, 30대 남성이 PC방에서 닷새 동안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다 돌연사한 사건도 발생했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갓난아기를 방치해 굶겨 죽인 20대 부부도 있었다. 극단적인 사례들이지만 게임 중독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게임 중독이 고정적인 질병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게임 자체보다는 학업 스트레스, 부모의 양육 태도 등 사회·심리적 환경에 기인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게임 과몰입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의 0.3%이고 5년 이상 그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는 1.4%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부 내에서도 딴목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이 사안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정부 내에서는 물론이고 보건의료 및 게임 업계 등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 중독의 폐해와 게임을 즐길 권리, 관련 사업에 미칠 파장 등을 두루 고려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복지부는 6월 중 관계 부처와 법조계, 시민단체, 업계 전문가들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협의체가 제 구실을 하려면 내실 있는 연구와 과학적 근거 등을 토대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참여자들의 열린 자세를 기대한다.
[사설] 게임 중독은 질병이라는 WHO… 열린 논의 필요하다
입력 2019-05-27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