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 빠르고 정확하게… 3차원 융합영상 기술 개발

입력 2019-05-27 19:31
가슴X선의 흑백 영상과 유방에 밝은 빛의 근적외선을 투사해 얻은 영상을 결합한 3차원 융합영상. X선 영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유방암 병변(동그라미)이 뚜렷하게 보인다. 전기연구원 제공

한국 여성은 서양 여성과 비교해 가슴 크기가 작고 내부 조직이 촘촘한 ‘치밀 유방’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유방X선촬영의 흑백 영상만으로 유방암을 보다 일찍 찾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출연연구원과 대학 기업 병원 등이 5년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이런 단점을 극복한 ‘3차원 융합영상 유방암 조기 진단 기술’을 새로 개발했다. 소규모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 100%의 유방암 진단 정확도를 보여 상용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르면 내년쯤 새 유방암 조기 진단법이 국내 의료기관에 보급될 전망이다.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가천대, 서울아산병원, ㈜디알텍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디지털유방X선촬영 영상에 광선인 ‘근적외선’을 사용해 얻은 3차원 융합 영상 시스템이다. 개별 검사의 단점을 상호 보완하고 유방암 진단 성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X선촬영의 해부학적 흑백 영상만으로는 치밀한 유방 조직에서 암을 구분해 내기가 쉽지 않다. 전기연구원 전기의료기기연구센터 최영욱 박사는 27일 “그런데 밝은 빛의 근적외선을 유방에 투사해 나온 산란광을 분석해 만든 기능적 영상을 X선촬영 영상에 융합하면 유방암 병변을 더욱 명확히 볼 수 있다”면서 “오진으로 인한 불필요한 재검사를 줄이고 추가 검사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스템은 또 영상 촬영과정에서 유방을 검사대에 밀착해 압박하는 강도가 낮아 환자의 통증이 기존 X선촬영 보다 훨씬 적다. 검사로 인한 환자의 불안과 불편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아울러 3차원 융합 영상 시스템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처리해 컴퓨터프로그램과 연계한 ‘3D CAD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자동으로 유방 병변을 검출하고 양성과 악성도를 제시해 의사의 진단을 효과적으로 보조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14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그 결과 100%의 정확한 민감도(질병이 있을때 있다고 판정하는 비율)와 93%의 높은 특이도(질병이 없을 때 없다고 판단하는 비율)를 얻었다.

서울아산병원 김학희 교수는 “제한된 범위의 임상시험 결과지만 예상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라면서 “조만간 기술 보완과 추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