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스포츠 인정받아 국가 지원 받았으면”

입력 2019-05-26 04:00

e스포츠가 태동하고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회 초창기 엉성한 구석이 있었던 모습과 비교하면 오늘날의 e스포츠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대회가 다양한 장르로 확대되고 대회 룰도 보다 체계화되면서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더 마린(The Marine)’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김정민(사진) 해설위원은 1999년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활동해온 e스포츠계의 산증인이다.

오랜 시간 e스포츠 시장에 몸담아온 그는 “예전에는 게임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지금도 편견은 여전하지만 직업으로서의 프로게이머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며 “게임 중계진, 감독 등이 생기며 프로 생태계가 정착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에는 정말 열악해서 극소수 선수만이 먹고살 수 있는 정도였다. 지금은 많은 것들이 변했다. 국내 위주 대회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됐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외에서 뛰는 사례도 늘었다”며 ‘아빠 웃음’을 지었다.

김 해설위원은 무엇보다 “게임은 유치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걸 기뻐했다. 그는 “게임에서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과거 영화 ‘후레시맨’을 보면서 자란 이들이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어벤져스’를 보듯이 e스포츠도 그렇게 정착하고 있다”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터넷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면서 게임은 더욱 뜨겁게 성장해나갈 거라 본다”고 예측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 e스포츠가 채택된 뒤 해당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크게 증가한 사례를 들며 “주류에 들어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정식 스포츠가 돼서 국가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무럭무럭 커갈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느덧 해설자로 13년의 시간을 보낸 김 해설위원은 “목 관리는 이제 일상”이라며 웃었다. 그는 “항상 본능적으로 ‘무리하면 힘들어지겠구나’라는 걸 체크한다. 중계하는 시간에 맞게 컨디션을 조절한다. 카멜레온이 상황에 맞게 다양한 보호색을 띄듯,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해설위원은 e스포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스포츠가 저에게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오랜 시간 본업이었지만 아직도 나는 너무 재밌다. 내게는 재밌는 곳이다. 다른 분야로 이직을 고민하다가도 결국은 e스포츠로 돌아오게 되더라. 지금은 이곳에서 오래 버티는 게 목표다.”

이 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