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저 성장률’은 경제 운용의 잘못 때문일 가능성 커… 문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 우려스러워
최근 청와대의 독특한 ‘경제 통계 독해법’은 사람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한다. “고용 상황이 희망적이며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청와대 정태호 일자리 수석의 발언은 가장 최근의 예이다. 정 수석은 지난해 평균 취업자 증가 수가 9만7000명이었는데, 올해 들어 3월 25만명, 4월 17만명인 점을 들어 “획기적 변화”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고용이 워낙 부진한 데 따른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취업자 증가 상당수가 세금으로 만든 노인 근로봉사 등 임시직이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5.2%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다. 4월 대졸 실업자는 60만3000명으로 2년 만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낙관론의 뿌리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경제성장률에 관한 질문에 “다행스럽게도 서서히 좋아지는 추세”라며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가 크게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거시경제는 굉장히 탄탄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1분기 성장률 쇼크(전기 대비 -0.3%) 등 최근 경제 부진을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린다. 문 대통령은 2주년 대담에서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면서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20일까지 집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청와대의 ‘믿음’이 근거 없음을 말해준다. 23개 회원국 중 한국 성장률은 최하위였다. ‘제로(0)성장’ 내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던 일본까지 0.5%(연율 환산 2.1%)의 ‘깜짝 성장률’을 신고했다. 미국(0.78%), 독일(0.42%) 등 주요국이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고, OECD 회원국이 아니지만 중국도 1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환산 6.4%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간단히 말하면 한국만 낙제점을 받았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 특히 경제 운용의 잘못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청와대가 통계 중에서 여권에 유리한 부문만 선별해 해석하고, 대통령은 이를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공개 석상에서 얘기하는 게 거듭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은 정책으로 바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위험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저하가 우려된다. 이는 곧 국정 전반의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사설] 청와대의 ‘통계 오독’ 국정 신뢰 허문다
입력 2019-05-2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