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기술이 시장 성장을 이끌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능형 AI 반도체 시장에 기술 대기업뿐만 아니라 벤처기업까지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용 반도체 매출이 올해 80억 달러에 이르고 2023년까지 34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커질 것이 확실시되자 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스마트폰 반도체 설계를 주도하는 미국의 퀄컴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사용할 맞춤형 AI 반도체를 지난달 공개했다. 영국의 벤처기업인 그래프코어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투자자들로부터 2억 달러(약 2390억원)를 최근 확보한 뒤 AI용 반도체를 시험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휴렛팩커드도 AI 연구에 사용되는 슈퍼컴퓨터용 첨단장비를 만드는 업체인 크레이를 인수하기로 지난 17일 합의하고 반도체 경쟁에 가세했다. 엔비디아로부터 AI 반도체를 사들여온 아마존, 알파벳도 자체 반도체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서버용 반도체의 최강자인 인텔도 데이터센터를 위한 AI 반도체 개발의 발판을 상당한 규모로 마련했다. 이 밖에 미틱, 아바나랩스 등 소규모 기업들까지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4분의 3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마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범용 AI 반도체뿐만 아니라 맞춤형 AI 반도체도 제작해 고객들에게 더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앞으로 5년 뒤에는 전 세계 승용차 10대 가운데 1대 이상에 차량사물통신(V2X) 시스템이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V2X는 차량이 유무선망을 통해 다른 차량이나 모바일 기기, 도로 등과 연결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이다.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도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24년에는 V2X 시스템이 장착된 승용차 생산 대수가 약 1120만대에 달해 전체 신차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준으로 생산 대수가 1만5000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277.5%에 달하는 셈이다.
V2X 기술의 확산은 반도체 수요 증가로 직결될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프로세서, LED 등 첨단 반도체가 필요하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8.6% 증가하면서 전체 시장 성장률(13.7%)을 훨씬 웃돌았다”고 진단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찌감치 첨단 제품 개발과 인증 확보 등에 나섰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