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워렌 위어스비를 추모함

입력 2019-05-21 00:05

나는 지난 10~11일 미국 시카고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졸업식에 초빙받아 설교를 하고 ‘올해의 동문상’(The Alumnus of the Year Award)을 받았다. 그런데 한국을 떠나기 전 그 학교 홈페이지를 열자 졸업식 강사인 나에 대한 소개와 함께 워렌 위어스비의 별세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그가 지난 2일 89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순간 내 가슴은 먹먹한 감회로 젖었다. 오늘의 설교자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손꼽는다면 지체 없이 찰스 스펄전과 찰스 스윈돌 그리고 워렌 위어스비, 3인의 선배를 말할 것이다. 스펄전이 내게 복음적 설교, 십자가 중심 설교의 열정을 가르쳤다면 스윈돌은 본문과 오늘의 상황을 연결하는 이야기의 미학을 가르쳤다. 위어스비는 성경을 쉽게 이해하고 설명하며 대지를 나누는 예술을 가르쳤다.

그는 젊은 날 나도 한 때 몸담았던 십대선교회(Youth For Christ) 집회에서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복음 설교를 듣고 믿음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YFC 지도자인 토리 존슨을 만나 “젊은이, 여러 가지를 하려고 말고 한 가지만 집중하게”라는 충고를 받는다. 그 한 가지가 무엇인가를 놓고 기도하다가 오직 성경을 묵상하고 성경을 공부하며 성경을 설교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그 길에 평생을 드린다.

오늘의 설교자들 중 그가 남긴 ‘Be 시리즈’를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성경이 그렇게 어려워야 할 책이 아니며 쉽고 흥미있고 그러면서도 살아있는 복음을 담고 있는 책임을 우리에게 알려줬다. 그는 생전 무려 150권의 성경강해서를 남겼다. 유서 깊은 무디교회의 목사로서 강해설교를 통해 역사적 교회를 오늘의 교회로 부활시켰다.

1980년대 그가 은퇴한 후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박사과정에서 목회자와 후학들을 가르칠 때 ‘상상력과 성경적 설교의 추구’라는 강좌를 청강한 적이 있다. 그때 그의 겸손과 지혜, 미소를 접하며 목회의 미학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평생의 축복이었다. 나 자신을 포함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느라 부질없이 바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워렌 위어스비, 그는 오직 한 책의 사람, 성경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나간 길에 어윈 루처 같은 강해설교의 후배들을 남겼다. 감히 그의 영향을 받은 한 설교자로서 그가 가르쳤던 학교 졸업식 강단에 서서 나는 성경, 이 한 책이 내 인생에 남긴 부요한 은혜를 감격해했다. 그가 남긴 영향으로 ‘Be 시리즈’를 흉내낸 ‘이렇게 시리즈’를 목회 초기에 내놓으며 나의 목회 기반을 만들었음을 회고해 본다. 위어스비 목사님, 천국에서도 예수님 곁에서 예수님을 도와 성경 강해하실 목사님을 그려 봅니다. 샤바트 샬롬!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