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했다. 기업인의 개성공단 방북을 승인한 것은 2016년 2월 공단 가동 전면 중단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정부는 또 국제기구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 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에 800만 달러(약 96억원)를 공여하고 대북 식량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이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긴장을 높이고 있는 와중에 대북 유화책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난기류에 빠진 한반도 정세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전제조건 없는 재개’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북도 간절히 원하는 사업이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방북이 성사되더라도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이어지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방문 목적은 3년 이상 방치된 공장 설비를 점검하고 보존대책을 세우기 위한 차원일 뿐이다. 의료·식량 등 인도적 지원은 북핵 문제와 별개로 추진할 수 있지만 개성공단은 경협 사업이라 그럴 수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재가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은 미국의 승인 사안이 아니라며 우리 정부의 결단을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그건 착각이다. 북핵은 미국의 입장을 떠나 우리에게도 가장 엄중한 안보 위협이다. 북이 핵 포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은 명분이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초래하고 국내 여론의 지지도 얻을 수 없다.
북의 선전매체는 “북남 관계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조선당국이 그 누구의 눈치를 보며 맹종맹동할 것이 아니라 민족자주의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변해야 할 쪽은 오히려 북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남북 경협이 확대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는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도 개성공단 재개를 막는 것은 우리 정부가 아니라 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사설] 북핵 문제 진전 없이 개성공단 재개 불가하다
입력 2019-05-20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