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거장부터 현대미술 거장까지… 베니스에 펼쳐진 감동의 미술사 600년

입력 2019-05-19 18:25 수정 2019-05-19 20:18
이탈리아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 특별전에 나온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지난 11일 공식 개막한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미술제전이다. 각국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등 미술계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물의 도시 베니스를 찾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비엔날레 시즌 미술 애호가들을 겨냥해 베니스 일대에서 다투듯 열리는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올해는 유독 특급 전시가 많다. 르네상스 거장부터 살아 있는 현대미술 거장까지 미술사 600년의 궤적을 훑을 수 있다.

최고의 성찬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차려졌다. 르네상스 대표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500주기를 맞아 드로잉 특별전이 7월 14일까지 진행된다. 미완성작인 피렌체 시청 벽화 ‘앙기아리 전투’의 밑그림 등 소묘 수십 점이 나왔다. 인간의 영혼까지 표현하고자 했던 다빈치의 예술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백미는 ‘인체비례도’다. ‘인체의 비례 규칙을 신전 건축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책을 보고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별도의 유리 진열장에 전시돼 긴 줄을 서야 하지만, 완벽한 인체 비례를 목전에서 보는 황홀함에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다.

이탈리아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 특별전에 나온 게오르그 바젤리츠 회고전 전경.

아카데미아 1층에서 열리는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81)의 회고전(9월 8일까지)도 가슴을 뛰게 한다. 바젤리츠는 관습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거꾸로 된 사람 그림을 그려 유명해졌다. 아카데미아에서 생존 작가 회고전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독일계 프랑스 조각가 한스 아르프(1887~1966)의 개인전(9월 2일까지)을 준비했다. 아르프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태동한 다다이즘과 함께 초현실주의를 개척했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았던 팔라초 그라시 미술관은 벨기에 현대미술작가 뤼크 튀이만(61)을 초대했다. 허스트만큼의 충격은 없지만, 잔상이 오래가는 작가다. 유화로 그렸는데도 마치 화선지에 그린 동양화 같은 질감을 낸다. 팔라초 그라시는 명품업체 구치와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 등을 운영하며 세계 억만장자 컬렉터로 이름을 올린 PPR그룹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이 소유한 곳이다.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선구자들도 만날 수 있다. 카 페사로 미술관이 마련한 아르메니아 출신 미국 화가 아실 고르키 개인전(9월22일까지)이 그것으로, 자신을 작가 막심 고리키의 사촌이라고 허풍을 쳤던, 그러나 작품 속에서만은 진실했던 불우했던 화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네오 다다를 이끌었던 이탈리아 출신 화가 겸 조각가 알베르토 부리(1915~1995) 개인전(7월 28일까지)은 폰타치오네 조지오 치니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작가들도 기회를 놓칠세라 현지에 진출했다. 단색화의 거목인 윤형근(1928~2007) 대규모 회고전이 포르투니 미술관에, 1960~70년대 실험미술을 열었던 이강소(76) 개인전은 팔라조 카보토(6월30일까지)에 둥지를 틀었다.

베니스=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