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외국인 자금 4거래일동안 9500억 이탈

입력 2019-05-14 18:56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보복전으로 격화되자 글로벌 증시도 급락했다. 코스피는 소폭 반등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은 4거래일 연속 빠져 나갔다.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와 원화 가치 하락이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14일 아시아 증시는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59%)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69%)가 모두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1.39% 떨어졌다. 미국 뉴욕증시 폭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38%나 하락했다. S&P500지수(-2.41%)와 나스닥지수(-3.41%)도 급락했다. 중국이 미국에 ‘맞불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무역분쟁이 악화일로를 걷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코스피는 소폭이나마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14% 오른 2081.84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 하락 여파에 전 거래일보다 0.90% 내린 2060.24로 출발했지만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코스닥지수도 0.19% 상승한 710.16에 장을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이 줄었다. 그동안 증시 하락이 과도했던 탓에 반발 매수세도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5거래일째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시작된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9514억원에 이른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최대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간 내 빠른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는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무역분쟁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까지 급락하자 국내 증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도 상승해 1189.4원에 마감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호주달러, 대만달러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 격화의 최대 피해 통화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안정한 증시와 환율 급등 여파로 달러상품 등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환율이 지나치게 빨리 오른 만큼 급락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달러의 추가 강세 압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