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세월호 보고 조작’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호성(사진)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보고가 올라갔다”는 증언을 내놨다.
정 전 비서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권희) 심리로 14일 열린 김 전 비서실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면보고 외에 서면 보고서와 팩스 등을 합쳐보면 6~8회 정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를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을 자청해 출석한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 당시에는 밝히지 않은 내용이었다며 이같이 진술했다. 그는 “(참사 당일) 오전에 한두 번 박 전 대통령에게 팩스를 넣은 것 같다”며 “언론에는 전원구조라고 나왔지만 정무수석실 보고는 몇 명 구조식의 보고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어 “관저에 올라갈 때 최종 몇 명을 구조했다는 보고서를 대통령 책상 탁자 옆에 올려놓은 것 같다”며 “박 전 대통령께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다녀온 이후에는 팩스로 여러 번 보고를 넣었고, 마지막으로 보고를 넣은 이후에도 보고서를 종합해 보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왜 검찰 조사 당시에는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함께 근무했던 행정관들이 명확히 기억을 하고 있어 조금 더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박 전 대통령 보고 및 지시 시각을 조작한 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4년 7월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 ‘비서실에서 실시간으로 20~30분 간격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허위 내용의 공문서 3건을 작성해 제출했다는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은 정 전 비서관에게 이메일을 통해 상황보고서를 11차례 보냈고, 정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오후와 저녁 각각 한 차례씩 총 두 차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