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야당 비난, 협치에 도움 안 된다

입력 2019-05-14 04:02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취임 2주년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 3년을 맞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 2년에 대한 자화자찬식 평가는 청와대 내부 직원용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해 기대와 함께 몇 가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며 “이제는 정책이 국민의 삶 속으로 녹아들어가 내 삶이 나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얘기다. 소득주도성장이든, 사람중심 경제든, 함께 잘사는 나라든 결국은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자영업자가 힘들고 고용이 부진해도 이념과 가치를 따지며 자화자찬하는 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일이 남은 3년 임기 동안에는 결코 되풀이 돼선 안 될 것이다. 정책 수정을 얘기하면 ‘그럼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이냐’고 억지 논리를 펴서도 안 된다. 정책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국회와 소통을 강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행정으로 정책 효과가 신속히 나타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이 당부한 것도 바람직하다. 그동안 이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나머지 상당 부분을 야당을 비난하는 데 할애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고 말문을 연 뒤 “촛불 이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 관계나 북핵 문제에 대해 야당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도 있고 이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부·여당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고 해서 대통령이 직접 야당을 비난하는 것은 협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끝까지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도 모자랄 판이다. 문 대통령이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를 지적한 것도 마찬가지다. 설령 옳은 얘기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야당을 공격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존과 상생의 포용국가는 경제뿐만 아니라 야당에게도 적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