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몽니’에 현지에서 사업을 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참에 중국 시장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8일(현지시간) 텐센트가 중국에서 베타 서비스를 하고 있던 한국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배그)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게임을 정식 서비스하려면 정부가 발급하는 ‘판호’를 받아야 한다. 판호가 있어야만 아이템 판매 등 유료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텐센트가 배그의 판호 발급을 기대하고 그동안 무료 서비스를 해왔으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텐센트가 배그를 종료하면서 유사한 게임으로 옮길 것을 안내했다는 점이다. 텐센트는 판호를 발급받은 중국 게임 ‘화평정영(和平精英)’을 8일부터 서비스했다. 이 게임은 하루 만에 중국 앱스토어 1위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조사업체 IHS 관계자를 인용해 화평정영이 배그와 게임 플레이, 배경, 그래픽 디자인, 캐릭터 등이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한국 게임인 배그 정식 서비스가 어려워질 걸 대비해 유사한 게임을 만들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진출을 계획하던 한국 업체만 피해를 봤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올해도 한국 업체가 배제됐다. 앞서 중국 정부는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업체가 만든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형식승인을 내줬다. 하지만 중국 공업화신식부는 최종적으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한국 업체들은 중국이 기술력이 떨어지는 자국 배터리 업체에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한국 업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만드는 데 반해 중국 업체는 아직 기술력이 떨어져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삼원계 배터리가 폭발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대지만 뚜렷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출시하는 모바일 게임의 상당수는 중국 업체 것이다. 앱스토어 상위 20위권 내의 게임 중 중국 업체 게임이 절반 이상이다. 텐센트는 국내 주요 게임 업체에 지분 투자를 했으며, 넥슨 인수전에서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는 내년에 한국 시장에 전기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 자동차에는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업체는 중국 시장에서 차별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중국 업체는 순조롭게 한국 시장에 스며들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차별이 눈에 보이지만 중국에 불만을 표출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임세정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