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의학 상식] 꽃가루 알레르기… 이길 수 없다면 피해라

입력 2019-05-12 17:35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박해심 교수(오른쪽)가 요즘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한 여성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최근 국내 알레르기 질환 발생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다. 대기 환경의 변화와 급속한 고령화 현상이 야기한 현상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꼽힌다. 꽃가루 수의 절대적 증가, 건조한 날씨, 미세 먼지 증가,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되고 있어서다.

봄철의 가장 흔한 원인은 대기 중 꽃가루 수 증가와 미세 먼지 공해 등 대기오염이다. 계절적으로 4~5월은 수목화분(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의 꽃가루)이 집중적으로 흩날리는 시기다. 여기에 대기 건조 현상(강우량 감소)과 미세 먼지가 가세하는 형국이다.

미세먼지는 결막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의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뿐만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 같은 난치성 피부 질환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요즘 많이 관찰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 역시 날로 짙어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은 코 막힘 콧물 등 비염 증상부터 결막염(눈 충혈, 가려움) 또는 천식(기침, 객담, 호흡곤란, 천명)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심지어 고열, 근육통 등과 같은 몸살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른바 ‘건초열’(hay fever)이라 불리는 증상이다.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여부를 알려면 알레르기 피부검사와 혈청 알레르겐 검사를 해봐야 한다. 알레르기 항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이 무엇인지, 알레르기 중증도 정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치료는 먹는 약으로 한다. 최근 알레르기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들은 경구용(입으로 먹는) 약제라도 졸리움 등 부작용 발생 빈도가 낮다. 더욱이 국소 요법제(코 점막 스프레이, 안약, 기도 점막에 투여하는 다양한 흡입제)는 대부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과 결막염 증상, 나아가 몸살감기에 걸린 듯 건초열에 기침 발작 등 천식 증상까지 나타날 때는 먹는 약, 국소요법제만으론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는 알레르기 항원에 익숙해져 용인하도록(면역관용) 유도하는 치료가 추가로 필요하다. 물론 이 면역 요법에도 한계는 있다. 적어도 3~5년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2개월 정도)동안 짧게 ‘면역항체’를 사용해 지긋지긋한 알레르기 증상을 조절해주는 치료법이다.

이와 함께 알레르기 환자라면 누구든 꼭 필요한 것이 항원을 피하는 회피요법이다. 일상생활 중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쉬운 환경적 악화 요인, 즉 꽃가루와 미세먼지 등 위험 인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꽃가루지수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바깥 나들이를 삼가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알레르기 질환은 항원에 노출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증상도 더 심해지기 쉽다. 알레르기 소질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는 가운데 정상적인 삶의 질(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해심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