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벌 깨려 로스쿨 도입했는데… 올 신입생 90%가 인서울 대학 출신

입력 2019-05-06 19:08

올해 서울지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생 10명 중 9명은 로스쿨이 설치된 서울 주요 대학 출신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93.4%, 연세대 86.3%, 고려대 79%는 이른바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었다. 학벌 타파 등을 내세워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만든 로스쿨에서도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전국 로스쿨 21곳의 입학 결과를 분석해 6일 발표했다. 입학 결과 공개를 거부한 건국대 경희대 인하대 중앙대 로스쿨 등 4곳은 제외했다. 사준모는 사법시험 폐지에 반발해 결성된 단체다.

학벌이 좋지 못한 법조인 지망생에게 로스쿨의 벽은 높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 서울지역 9곳 로스쿨 입학생 93.2%는 이들 9개 대학 학부 출신으로 집계됐다. 71.1%는 스카이 출신이었다. 지방 거점 국립대나 로스쿨 비인가 대학 출신 비율은 3% 남짓에 불과했다. 서울대 순혈주의는 여전했다. 올해 입학생 63.8%를 서울대 졸업생으로 채웠으며 로스쿨 비인가대학이나 비서울 로스쿨 인가대학 출신은 단 1명도 뽑지 않았다.


비서울 로스쿨들도 스카이 출신과 서울에서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온 지원자에게 호의적이었다. 평판이 좋은 거점 국립대일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경북대 로스쿨의 스카이 출신 비율은 40.1%였다. 로스쿨이 설치된 서울 주요 9개 대학 출신은 70.4%(스카이 포함)였다. 부산대는 35.6%가 스카이, 서울 주요 9개 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69.6%로 나타났다. 전남대와 강원대의 서울 주요 9개 대학 출신 비율은 각각 62.5%, 66.6%였다. 사준모는 올해 로스쿨 14곳의 신입생 연령대도 분석했다. 서울지역 로스쿨 98.4%는 31세 이하였다. 서울 이외 지역은 78.4%였다.

로스쿨들은 “뽑아 놓으면 스카이 출신이고 서울지역 대학 출신인데 어쩌란 말이냐”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로스쿨은 고시원에 틀어박혀 법전(法典)만 들여다본 ‘공부 기계’가 아닌, 학교에서 제대로 소양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학벌을 타파하고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법조인 배출도 약속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로스쿨들이 ‘법조인 자질’보다 ‘시험 잘 보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