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마사초는 본명이 토마소이지만 피렌체의 예술가 단체에 가입할 당시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를 가리켜 사람들은 ‘어리숙하다’는 뜻의 마사초라 불렀다. 미술사에서는 마사초를 조토와 함께 근대미술을 연 창시자로 기억한다. 마사초가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을 그리기 전에는 누구도 이런 입체감을 표현하지 못했다. 몸통과 다리에 명암과 그늘을 지게 해 입체감과 질량감을 표현하는 기법을 처음으로 구사한 것이다.
그가 그린 이브의 자세도 그의 위대한 창작품이다. 몸을 약간 옆으로 비틀고 한 손으론 가슴을, 다른 손으론 아래를 가린 S자 자세는 후대에 모든 화가들이 여체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비너스 푸디카’ 자세의 원조다. 마사초는 선원근법을 정확히 구사한 거의 최초의 화가이기도 하다. 마사초는 이 그림과 함께 그의 최대 걸작 ‘성 삼위일체’ ‘성전제’ 등 미술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고 안타깝게도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가 좀 더 살았더라면 미술사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이 그림의 위대성은 그가 그린 이브의 표정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내면으로부터 애통해하는 표정을 어쩌면 이리도 극명하게 나타냈는지 놀라울 뿐이다. 이브의 이런 표정은 그 유명한 노르웨이의 천재 화가 뭉크의 ‘절규’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알게 모르게 지은 죄가 다 떠오를 것만 같다. 수치심과 절망감을, 표정은 물론 온몸으로 나타내는 아담과 이브의 고통이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먹지 못하게 하셨을까? 선악을 분별하는 능력을 구하는 솔로몬을 하나님이 기뻐하셨고(왕상 3:9), 신약에서도 선악을 분별하도록 정성하라 하셨으며(히 5:14), 뱀과 같이 지혜로워야 한다고 했다.(마 10:16) 여기서 선악을 ‘안다’는 동사는 히브리어에서 행하다, 경험하다와 같은 뜻이라고 한다.(민 31:18, 35, 삿 21:12) 하나님의 말씀을 보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같이 되었으니”(창 3:22)라며 걱정하신다. ‘우리 중 하나’는 하나님의 천사였다가 하나님을 거역하고 악을 ‘행’하는 사탄이 된 루시엘을 말한 듯하다. 악을 행할 줄 알게 된 결과는 곧 아담의 아들 가인의 살인으로 현실이 됐다. 선악의 분별이 문제가 아니라 선악의 판단과 행함을 우리 마음속 욕심대로 하는 것이 문제다. 선악과를 보고 먹음직도, 보암직도, 탐스럽기도 하다(창 3:6)고 한 이때 이미 인간은 욕심과 교만으로 죄인이 됐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역설적으로 고단한 삶에 짓눌렸던 마음에 치유가 일어난다. 고통은 고통으로,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되는 것인가. 그것이 하나님이 우리의 감정에 동참하시는 방법인가. 그러고 보니 하늘 위에서 칼을 들고 아담과 이브를 추방하는 천사의 표정이 무섭거나 엄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게 보인다. 가시덩굴과 엉겅퀴로 덮인 광야로 나가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친히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창 3:21) 죄를 짓고 악을 알게 된 아담과 이브를 에덴에서 추방하신 것은 벌이라기보다 사랑이다. 만일 아담과 이브가 생명나무 열매를 먹고 영생하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죄악을 지닌 채로 영생한다면 그것은 지옥이다. 후에 예수님이 오셔서 우리의 죄악을 도말하시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난 후에 우리에게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게 하시고 영생을 주신다고 약속하셨다.(계 2:7) 정말 오묘한 하나님의 사랑이시다. 추방은 저주가 아니라 사랑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 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의 손을 들어 생명 나무 열매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하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에덴 동산에서 그를 내보내어 그의 근원이 된 땅을 갈게 하시니라,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 동산 동쪽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어 생명 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창 3:22~24)
마사초(Tommaso di Ser Giovanni di Mone, 1401~1428)=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연 위대한 화가로 꼽힌다. 모델의 다양한 표정과 입체적인 표현을 위해 빛과 색으로 그림의 사실성을 높였다. 그는 원근법과 입체화법을 완성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같은 거장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작으로 ‘성 삼위일체’ ‘성모자’ 등이 있다.
<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