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금융사’ 외국환 업무, 2년 전엔 ‘OK’ 1년 뒤엔 ‘NO’

입력 2019-04-22 19:13

혁신성장을 위해 도입된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의 ‘해외투자’가 논란 중심에 섰다. 해외투자를 위한 외국환 업무를 할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같은 시행령 안에 ‘가능’과 ‘불가능’ 해석이 충돌한다. 2017년 YG인베스트먼트의 외국환 업무를 허가했던 정부는 돌연 1년 뒤 다른 업체의 허가를 보류했다. 오락가락하는 행정에 혁신성장, 혁신금융은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A업체는 지난해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 등록이 보류됐다. 금융감독원에서 외국환 업무 가능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지적한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시행령이다.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응용하는 사업에 투자·융자를 하는 회사다. 정부는 2016년 이 업종을 도입하면서 자본금 요건을 낮췄다. 대신 신용카드업, 할부금융업 등의 업무를 제한했다. 그러면서 현행 여전법 시행령 제2조3은 이들 업체가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금융 및 보험업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 조항만 보면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는 해외투자를 위한 외국환 업무를 못한다. 하지만 이 시행령은 ‘제외의 제외’를 추가로 담고 있다. 같은 시행령 1항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는 ‘신기술사업금융업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여전법상 외국환 업무가 가능하다. 결국 한 시행령 안에서 외국환 업무를 두고 상반된 조항이 공존하는 셈이다. 금감원은 애매한 시행령에 대해 법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불과 1년 전 다른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는 외국환 업무를 허가받았다는 데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투자 자회사인 YG인베스트먼트는 2017년에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이 됐다. 정부는 YG인베스트먼트 때엔 ‘시행령 미비’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와 금감원은 외국환 업무 등록에 대해 재무비율, 인력요건, 시설요건 등을 본다. 기술적인 부분만 들여다보니 법에서의 외국환 업무 가능 여부를 살펴보기 쉽지 않다는 해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환 업무 등록에 대해 금감원은 기재부에 재무비율을 확인해 준다”며 “2017년 YG인베스트먼트의 재무비율을 확인했고, 지난해 A업체에 대해서도 재무비율을 확인하다가 시행령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재부와 금감원 모두 기술적인 부분만 확인하다 보니 법규의 문제점을 뒤늦게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도 “외국환 업무 등록 때 기술적인 3가지 요건(인력, 자본금, 시설) 등을 금감원과 한국은행에 확인한다”며 “YG인베스트먼트 때는 특별한 문제 제기가 없어 등록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오락가락 태도와 늑장 대응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의 외국환 업무를 판단하는 시행령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어 유권해석 또는 시행령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