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말입니까? 낭독했을 수는 있는데 기억은 없다니.” 검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증인들은 “기억이 안 난다” “검찰에서 한 진술은 추측일 뿐”이라는 답변을 수시로 내놨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은 16일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업무방해 사건 35회 공판이 열린 서울동부지법 301호 법정에서는 여전히 모르쇠와 책임 떠넘기기 공방이 오갔다.
공판에서는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었다. 가장 먼저 오전 중 신문을 진행한 이 전 실장은 신문 시작에 앞서 “오늘이 세월호 5주기”라고 입을 뗐다. 이 전 실장은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실장을 비롯한 증인들은 이날도 “기억이 안 난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전 실장은 안 전 수석이 검찰에 자신의 지시사항이라고 진술한 내용에도 “특별한 뜻이 없다”는 등 특조위 방해 지시의 실체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전 실장 측 변호인 역시 다른 증인들을 대상으로 이 전 실장의 지시라고 진술했던 부분이 구체적 기억이 아닌 추측일 뿐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다.
안 전 수석과 조 전 수석 측 변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목적의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안 전 수석은 자신의 담당 영역이었던 윤학배 당시 해수비서관의 보고를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고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낭독은 했지만 기억은 없다”고 발언해 검찰 측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조 전 수석은 검찰 측이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5년 ‘특조위는 세금도둑’이라고 발언한 것도 실수비에서 공유했느냐”고 묻자 “보고를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공판 때마다 자리했던 유가족들은 이날 법정에 보이지 않았다. 방청객은 취재진과 증인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공판을 참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관계자는 “참사 5주기 추모로 유가족들은 오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