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대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자금난에 봉착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를 매각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주채권은행 산업은행의 의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산업은행이 이달 초 아시아나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퇴짜 놓고 재무구조 개선 업무협약 체결을 미룰 때 결과가 예고됐다. 산업은행이 시장 매각으로 돌아선 데는 박삼구 회장 일가의 진실성과 경영 능력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 박 회장은 퇴진했다가 복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위기를 맞았다. 규모 확장에만 눈이 어두워 대한통운과 대우건설 인수를 시도한 게 그룹의 위기를 부른 단초였다. 대기업집단 오너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하느냐는 의구심이 컸다.
아시아나의 시장 매각은 이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한국GM 등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총대’를 멨다. 국책 은행인 산은이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구조조정을 했다. 정상화되면 시장에 내다 팔아 제값을 받는 게 정부의 대기업 부실 처리 골자였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부실 기업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 당연히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고 제조업 노하우가 없는 산은의 구조조정 실적은 좋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는 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산은과 금융 당국이 이번에 그런 관행을 포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 시장에서 주인을 찾도록 했다. 시장 경쟁을 통해 경영 능력이 뛰어난 기업이 부실 기업을 맡는 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길이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자본시장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취약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과 자본시장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순환출자로 연결된 지배구조 안전망에 의존해 관행적 경영을 해 온 일부 대기업집단은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이번 매각은 대한항공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탈락과 함께 기업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오너 집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을 맡아 경영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징표다.
[사설] ‘대기업 경영 실패, 시장서 처리’ 선례 세웠다
입력 2019-04-16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