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내 인생을 바꿔”… ‘어벤져스4’가 그릴 피날레

입력 2019-04-16 00:10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프레스 컨퍼런스가 열린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영화의 세 주역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브리 라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이날 저녁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규모 팬 이벤트에는 3000여명이 몰려 마블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뉴시스

“영화 ‘아이언맨’(2008)은 내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한국 팬들에게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 캐릭터를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54)는 문득 감회에 젖은 듯했다. 아이언맨으로 살아온 지난 10년을 마무리하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포스터)을 소개하면서다. 그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나는 프로답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고 자부했다.

마블의 위대한 역사는 ‘아이언맨’의 성공을 발판으로 시작됐다. 이후 ‘어벤져스4’까지 22편의 작품이 만들어지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거대해졌고, 공고해졌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MCU가 동틀 무렵인 2008년 한국에 처음 방문했는데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10년 전에는 아무런 근거 없이 그냥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저 자신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던 시기였죠. 지금 와서 돌아보니 이런 문화적 현상의 순간을 직접 겪었다는 게 영광스럽습니다. 이 장르가 얼마나 커졌는지, 그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을 예측해달라고요? 그건 불가능하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방한은 벌써 네 번째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이후 4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네 배 더 좋다”고 화답했다. 이번엔 동료 히어로들과 동행했다. 호크아이 역의 제레미 레너(48)와 캡틴 마블 역의 브리 라슨(30)이 생애 처음 한국을 찾았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감독과 배우들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동생 조 루소와 형 안소니 루소 감독, 브리 라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뉴시스

지난달 개봉해 국내 관객 570만명을 동원한 ‘캡틴 마블’은 강력한 페미니즘 메시지로 이슈몰이를 했다. 브리 라슨은 “캡틴 마블이 제게 많은 걸 가르쳐줬다. 그는 여성이 앞으로 나서야 한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캐릭터를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전날 입국한 브리 라슨은 광장시장에서 떡볶이 순대 등 분식을 먹으며 찍은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는데 너무 놀랍다. 내가 엄청나게 먹고 있다. 벚꽃이 만개해 있을 때 길거리 음식도 먹고 미술관도 구경하니 너무 행복했다. 한국에 오는 게 꿈이었는데, 또 오고 싶다”며 웃었다.

제레미 레너도 “어제 경복궁에 갔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날씨까지 좋아서 마법 같은 하루를 보냈다. 한식도 먹었는데 특히 소주가 아주 맛있었다”고 첨언했다. 팬들이 만든 여러 예상 시나리오를 접했다는 그는 “이 영화에 그토록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놀라웠다. 내가 그 일부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는 24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되는 ‘어벤져스4’는 MCU의 세 번째 페이즈(시리즈의 스토리 구분 기준)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의 결말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인류의 반을 날려버린 악당 타노스(조슈 브롤린)와 살아남은 어벤져스 멤버들 간의 사투를 그린다.

이번 ‘어벤져스4’ 내한 행사는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마블의 나라’ 한국이 아시아 정킷의 허브로 선정돼,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11개 국가의 취재진을 맞았다. 기자회견장에는 국내외 기자 450여명이 모여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공동 연출을 맡은 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과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 ‘어벤져스’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 트린 트랜 프로듀서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안소니 루소 감독은 “열정적인 팬들이 있었기에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감사했다. 재치 있는 조언도 곁들였다. 그는 “러닝타임이 3시간 2분에 달하므로, 음료를 많이 드시면 안 된다. 중간에 화장실 갈 만한 부분이 없다. 배가 고파질 수 있으니 스낵도 가져오시라”고 귀띔했다.

조 루소 감독은 “이 영화가 글로벌한 공감을 얻은 건 별개의 캐릭터들이 모여 공공의 적을 상대하는 공동체적 메시지 덕분이다. 시리즈를 함께해 온 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 될 테다. 오리지널 히어로 여섯 명의 스토리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진정한 피날레”라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트랜 프로듀서는 여성 히어로의 역할 확대를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여성 히어로들을 지지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어벤져스4’도 마찬가지다. 포스터에서도 캡틴 마블과 블랙 위도우의 존재감이 강렬하지 않나. 이들이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케빈 파이기 대표는 “‘어벤져스4’는 마블 영화 22편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지난 10년은 이 영화를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향후 새롭게 시작될 시리즈에 대해서는 “더 많은 걸 보여드리겠다. 새로운 히어로들이 등장할 예정인데, 아직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