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하노이’ 논의를 위해 1박3일간의 원포인트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 정상이 북한의 대화 테이블 견인에 대한 필요성에 동감하면서 이제 남은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하는 문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또는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을 설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카드를 두고 조율 과정을 거쳤다.
양 정상이 북·미 대화 재개 및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이제는 문 대통령이 북한 설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깊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 “(미국은)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지,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 등의 폭탄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조성된 한반도 평화무드에 금이 가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청와대도 진의 파악에 분주한 시간을 보낸 바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는 데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긴 흐름으로 보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양측이 서로가 원하는 카드를 처음으로 정상의 입을 통해 전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양측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남북 경협 재개를 바탕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양측은 북한이 두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에 나선 배경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단독 대북 제재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남북 경협 재개를 통해 북한의 경제 부활 욕구를 일부 해갈해준다면 북한이 어렵게 마련된 북·미 대화 테이블을 걷어차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며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곧바로 12일 귀국해 북한과의 정상회담 또는 특사 파견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전면에 나서 대북 대화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특사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지난해 5월 26일 문재인정부 2차 남북 정상회담처럼 원포인트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내부적 충격이 큰 만큼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특사 파견 등을 통한 고위급 대화를 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