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자연의 콜라보, 도시 품격을 높이다

입력 2019-04-03 21:39 수정 2019-04-04 09:35
7일 음악제 피날레를 장식할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김시훈

야구팬들이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프로야구 개막 때문이라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통영국제음악제 때문이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시작된 이 축제는 지난달 29일 막을 올렸다. 많은 청중들이 수준 높은 음악과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기 위해 통영을 찾으면서 호감 일색의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지휘자.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김시훈

올해 음악제의 주제는 ‘운명(Destiny)’으로 개막 공연은 베토벤 교향곡 5번으로 시작됐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5일 욕지도에서 스쿨 콘서트를 가진 뒤 6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첼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7일 폐막 공연에서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를 들려줄 예정이다. 윤이상국제콩쿠르 역대 우승자들은 프랑스 리즈,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통영은 음악제 덕분에 2015년 유네스코로부터 ‘음악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였다. 독일 일간지는 통영을 ‘아시아의 잘츠부르크’라고 소개했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렸던 통영의 새로운 별명이다.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기획팀장은 3일 “매년 이맘때 통영에 오면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을 만나고 만발한 벚꽃을 볼 수 있다”며 “이번 음악제에 온 주한 대사 한 분은 통영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시장님께 ‘파라다이스에 사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해 다 같이 웃었다”고 말했다. 통영은 문화 콘텐츠와 경관을 결합시켜 도시의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가을에 열리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도 전 세계에 대구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월 축제를 주관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본사를 둔 고급 화장품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를 수입하는 한국 업체 직원이었다. 그는 “피렌체 본사에서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명성을 듣고 이 축제와 협업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오페라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기업이 대구의 오페라 축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에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매우 고무됐다고 한다. 김수정 홍보팀장은 “올해 처음 열리는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에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등 세계 최고 극장 감독들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 축제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10월 중순까지 열리는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는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등이 공연될 예정이다.

매년 여름, 강원도와 제주도에서 각각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와 제주국제관악제는 음악 마니아뿐만 아니라 피서객들에게도 인기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지난해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정명화·정경화로부터 예술감독 바통을 이어받아 성공적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음악제 관계자는 “올해는 7월 말 개막하는데, 강원도 곳곳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더 많이 열기 위해 공연장을 많이 섭외하려고 한다”고 했다. 8월에 열리는 제24회 제주국제관악제는 천지연 폭포와 해변 공연장 등에서 공연돼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내년 2월 열릴 예정인 대관령겨울음악제는 강원도의 설경과 함께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 주요 클래식 축제는 각 지역 관광 자원과 결합돼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표 참조). 하지만 지역민의 정서에 맞는 음악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음악제 관계자는 “음악제가 열리면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그러기엔 아직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