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월 8만원에 5G 데이터를 속도 제한 없이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놨다. 새로운 통신 서비스 출시 초기에 무제한 요금제가 나온 건 극히 이례적인 일로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T가 5일부터 시작되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앞두고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KT는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G 요금제 ‘KT 5G 슈퍼플랜’을 공개했다. 5G 슈퍼플랜은 베이직·스페셜·프리미엄 3종으로 세 요금제 모두 속도 제한 없이 데이터를 완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베이직은 월 8만원으로 LTE 무제한 요금제인 ‘데이터온 프리미엄’(8만9000원)보다 9000원 저렴하다. 해외에서도 로밍 데이터를 최대 100k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스페셜과 프리미엄은 각각 10만원과 13만원이다. 스페셜과 프리미엄은 VVIP 멤버십, 단말보험, 스마트기기 1회선 무료 등이 추가된다. 프리미엄은 로밍 데이터 속도가 3Mbps로 제공된다.
25% 요금할인을 적용하면 베이직은 6만원, 스페셜은 7만5000원, 프리미엄은 9만75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프리미엄 가족결합을 더하면 월 요금은 베이직 4만원, 스페셜 5만원, 프리미엄 6만5000원까지 내려간다.
5G 관련 콘텐츠는 용량이 크다. KT에 따르면 4K 영상은 HD보다 8배, VR 영상은 일반 영상에 비해 10배 이상 데이터양이 늘어난다. KT는 이날 3D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영상통화 서비스 ‘나를(narle)’을 공개했다. 8명이 동시에 HD 화질로 통화하면 시간당 약 6GB의 데이터가 소요된다. 여기에 수십GB에 달하는 VR 영상 몇 편만 봐도 100GB 정도는 금방 쓰게 된다. 무제한이 아닌 다음에야 5G 콘텐츠를 마음 놓고 즐기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박현진 KT 5G 사업본부장은 “일정량의 데이터를 사용한 후 속도를 제어하는 방식은 5G에서 충분치 않다”면서 “데이터 완전 무제한은 5G에서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KT는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고객을 위해 5G 슬림 요금제도 선보였다. 월 5만5000원에 8GB 데이터를 제공한다. 데이터를 다 쓰면 1Mbps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쓸 수 있다. 데이터온 톡(4만9000원)에 비해 6000원 비싸지만, 데이터는 2.7배 더 많다고 KT는 설명했다.
KT가 무제한 요금제로 5G 초반 경쟁에 불을 지피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요금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는 결국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섣불리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가 데이터 사용이 폭주해 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5G 서비스 초반부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기엔 부담스럽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 여부에 대해 “여러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