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자료 제출 요구에 인신 모독 역공… 野, 청문회 중단선언

입력 2019-03-28 04:00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청문회 저격수’로 활약해 오다 저격을 방어하는 입장이 된 박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대응했다. 윤성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야당 시절 알아주던 저격수가 답변석에 앉았다. 그동안 40여 차례 인사청문위원으로 활약한 4선의 박영선 의원이 이번에는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 후보자석에 앉은 것이다. 박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적인 답변과 반문으로 대응했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이런 청문회를 계속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청문회 중단을 선언하고 퇴장했다. 결국 청문회가 파행된 뒤 박 후보자는 “사생활과 관련해 인신 모독으로 몰고 가려고 한 부분이 매우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개회 전부터 자료 제출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 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는 항의 문구를 출력해 노트북 화면에 붙였다.

야당 의원들은 자료 제출 미흡에 항의하는 의사진행 발언으로 청문회 포문을 열었다.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박 후보자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 내역을 언급하면서 “과거에 후보자가 어떻게 하셨느냐”고 따졌다. 이어 박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편집한 동영상을 틀었다. 박 후보자가 청문위원 시절 “이번처럼 자료를 부실하게 낸 적이 없다” “서류를 제시간에 갖다주세요”라고 호통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방어에 나섰다. 이훈 의원은 “자료 제출이 거부된 목록을 보니 후보자가 차마 인간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며 “유방암 수술 받은 병원이 왜 궁금하냐, 출생신고서가 왜 궁금하냐”고 따졌다.


박 후보자는 “145건의 미제출 서류 가운데 시간이 경과해서 없는 자료가 대부분이다. 개인 신상과 관련된 부분도 지나치게 많다”며 “가지고 올 수 있는 부분은 다 가져왔다. 원하시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1시간20분가량의 실랑이를 마치고서야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됐다.

박 후보자의 답변 태도도 논란이 됐다. “서울대병원 진료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제보가 있다”는 윤한홍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박 후보자는 “특혜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박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서면 질의는 여성에 대한 섹슈얼 해러스먼트(성희롱)다. 모멸감이 든다”고 반발하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윤 의원이 “특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지만 박 후보자는 “제가 전립선암 수술 하셨냐고 물으면 어떻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박 후보자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서로 존중하는 것”이라며 야당 의원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결국 한국당 의원들은 저녁 회의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당의 청문회 거부에 앞서 박 후보자는 아들의 이중국적(한·미) 문제에 관해서 “병역을 이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후보자 아들은 2022년 말까지 병역판정 검사를 연기해둔 상태다.

박 후보자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경제 상황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진다면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사견을 전제로 “정부는 최저한선만 정하고 지방자치단체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