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야당 지도부는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선거가 치러지는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을 찾아 정부·여당 심판론을 꺼내들며 자당 후보들 지원유세에 나섰다. 반면 여당은 야권 텃밭인 이곳에서 지도부 차원의 지원유세를 자제하며 여야 간 대결 구도를 피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대선주자급 인사들과 함께 창원을 찾았다. 황 대표는 오전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성산 강기윤 후보 출정식에서 “문재인정부의 실패한 좌파 사회주의 경제실험이 창원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를 언급하면서 “창원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냐. 대통령이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개성공단이 아니라 창원공단”이라고 비꼬았다.
보궐선거가 열리는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은 모두 PK(부산·경남) 지역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PK 지역 광역단체장 세 자리를 비롯해 민주당이 대부분 지역에서 승리했지만, 한국당은 최근 정권 지지율 하락 등에 힘입어 싸워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도 이달 들어서만 다섯 차례 보궐선거 대상 지역을 찾으며 선거에 공을 들여왔다. 당 관계자는 “비록 두 곳뿐이지만 이번 선거를 야당이 싹쓸이할 경우 정권 심판 프레임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당은 ‘1+알파’의 성적을 예상하고 있다. 이군현 전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통영·고성을 확보하고 창원 성산까지 접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다만 창원 성산에서 민주당 권민호, 정의당 여영국 후보 간 단일화가 변수다.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유세 내내 “말이 단일화지 실체는 좌파 연합”이라며 적극 견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창원 성산에 전투력을 집중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달 들어 거의 매일같이 창원을 찾아 이재환 후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그가 이달 들어 창원을 방문하지 않은 날은 지난 4일과 8일 이틀뿐이다. 손 대표는 이날 이 후보 출정식에서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지적하는 동시에 한국당을 겨냥해 “더 이상 창원을 국정농단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와 손 대표 모두 취임 이후 첫 선거인 만큼 이번의 성적에 따라 당내 지도력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두 야당 대표와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8일 한 차례 통영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것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해당 지역을 찾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두 야당 대표는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역 행보를 할 시간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신 해당 지역에 대한 예산과 정책 지원을 무기로 선거전을 치르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주말을 전후해 경남 지역의 제조업 위기 대책과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상임위별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또 오는 25일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마무리된 후 지도부 차원의 현장 지원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당 지도부가 승산이 높지 않은 보궐선거에서 여야 대결 구도를 회피하기 위해 선거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선 김성훈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