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태’의 주요 축인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사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승리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성매매 알선, 마약 투약, 탈세 등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지만 혐의 입증을 위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무청이 승리의 입대를 이달 25일에서 오는 6월 24일로 미뤄 3개월여의 ‘시간’은 확보됐다. 하지만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비슷한 시기 승리와 유인석(34) 유리홀딩스 대표도 입장을 내며 반격에 나섰다.
경찰이 가장 주목하는 건 승리의 성매매 알선 혐의다. 경찰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언급된 성매매 알선과 비슷한 방식의 범행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매매 알선의 경우 관련 남성과 여성의 진술 확보를 혐의 입증의 핵심 조건으로 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매매 특성 상 금품 거래내역이 남기 어렵고, 여성들이 성매매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입증이 힘들다”고 말했다.
마약 투약 혐의는 아직 내사 단계다. 마약 투약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진술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승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검사 결과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았다. 조기제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진술만으로는 혐의 적용이 어렵다”며 “국과수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므로 마약을 투약하는 사진이나 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리의 혐의는 대부분 유 대표, 이 대표 등 버닝썬 게이트 주요 인물과 얽혀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최근 연이어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히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유 대표는 윤모(50) 총경과 골프, 식사 등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몽키뮤지엄 단속 당시 진행될 상황을 전혀 몰랐던 우리를 보고 지인이 윤 총경에게 어떻게 진행될지 질의했던 것이 전부였고, 윤 총경은 ‘그런 식으로 영업하면 안 된다’는 충고를 해줘 신뢰를 갖고 친분을 쌓게 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승리도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들끼리, 친구들끼리 허풍 떨고 허세부린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한편 국세청은 20일 승리가 소속됐던 YG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 조사관을 보내 세무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YG는 통상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를 2016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특별 세무조사 성격이다. 이날 조사는 세무를 담당하는 재무 관련 부서뿐만 아니라 공연·마케팅 등 광범위한 부서를 상대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또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씨를 명의위장 및 조세포탈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 명의 사업자들이 일관되게 본인들이 실사업자임을 주장했고 조사팀의 광범위한 금융추적조사 등에서도 강씨가 실사업자라는 객관적 증빙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2차 세무조사에서 명의사업자 6명 중 3명이 강씨가 아레나의 실사업자이고 본인들은 명의만 빌려줬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최예슬 김용현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