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재판이 1년 가까이 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의 증거 ‘부동의’ 입장에 따라 재판부가 200명이 넘는 증인을 모두 채택하면 재판은 1년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임 전 차장은 지난 11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 증거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른바 ‘부동의’한 증거 수에 비춰봤을 때 법정에 세워야 할 증인은 200명이 넘는다.
검찰은 지난 19일 2회 공판기일에서 “헤아려보니 210명이 넘는 증인신문을 해야 한다”며 “증인신문 기일이 총 68회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집중심리가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집중심리를 하면 일주일에 3~4회 기일을 잡고 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에 임 전 차장 측은 “기록이 방대해 검토를 마치지 못했다”며 기일을 넉넉히 잡아 달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찰 주장대로 증인신문에 68회 기일이 소요된다면 일주일에 4차례 재판을 열고 집중심리를 한다고 해도 17주가 걸린다. 임 전 차장의 구속 기간 만료는 오는 5월 13일이다. 20일 기준 14주도 채 남지 않았다. 구속 기간 내 심리를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개입 사건뿐 아니라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추가 기소된 사건에 대한 심리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 기소 건에 대해 재판부가 구속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임 전 차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우선 오는 28일 시진국 전 행정처 심의관을 증인신문하기로 했다. 다음 달 2일과 4일에는 각각 정다주 박상언 전 심의관을 증인으로 부른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의 경우 법정에 선 증인은 138명(중복 포함)이었다. 354일간 주 3~4회 모두 115차례 재판이 열렸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