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심의제도, 1인개발자 창작 활동 걸림돌

입력 2019-03-22 04:04
케케묵은 게임 심의 제도가 애먼 1인 개발자의 창작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법과 제도가 도전하는 이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형국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플래시 게임 사이트에 공문을 보내 등급분류가 되지 않은 게임의 게재를 중지하도록 시정권고를 했다. 권고 조치라고 해도 사이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주전자닷컴’ ‘플래시365’ 등 플래시게임 사이트들은 게임 게재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웹상의 플래시게임은 대부분 상업적 목적이 없다. 창작자들 가운데는 학생이 많다. 게임 등급 분류를 받으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의를 받아야하는데, 개인이 개발한 게임물은 2만1000원에서 16만8000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마추어 창작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등급분류를 의무화하면 플래시게임 창작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게임 꿈나무의 싹을 자르는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주전자닷컴’ 운영자는 공지를 통해 “어린 나이에도 하나하나 스스로 탐구하고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격려와 지원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순수한 창작활동을 어른들의 잣대로 훼방하는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적었다.

논란이 커지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비영리 게임에 한해 등급분류를 면제하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대신 공공기관이 구축한 사이트에서만 서비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게임업계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게임법이 존재하는 한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거라는 비판도 나온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제21조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심의를 받아야 한다. 사행성, 선정성을 방지하는 장치라지만 정작 성인오락게임 ‘바다이야기’는 걸러내지 못했다. 1인 창작자의 취미활동만 규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게임 심의가 지닌 태생적 문제에 있다”며 “등급분류 체계와 원칙을 손보지 않으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