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사옥 GBC 외부 투자자와 공동 개발 ‘승부수’

입력 2019-03-10 19:14 수정 2019-03-10 21:28
현대차그룹 강남 신사옥 GBC 조감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숙원사업인 서울 강남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관련해 글로벌 투자자와 공동개발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경쟁 구도하에 연구·개발(R&D)이 절실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 부담을 줄여 미래기술 등에 재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10일 현대차와 IB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펀드 등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GBC 건립 공동개발을 타진하고 있다. 3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투자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5년 45조원’에 달하는 미래투자 재원을 확보해 자본 및 투자 효율화를 극대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외부투자 유치를 알아보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사 합류로 자사 부담을 줄이고 이를 그룹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개발 방식은 현대차그룹과 외부 재무적투자자(FI)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GBC의 뛰어난 입지 조건에 글로벌 투자자가 공동개발자로 합류할 경우 사업 가치는 한층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뉴욕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을 벤치마킹해 세계적 부동산 개발 전문업체들을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공동개발 카드는 오는 22일 예정된 현대차 주주총회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현대차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 한판 표 대결을 앞두고 최근 R&D 5개년 투자계획 등 미래 비전을 잇달아 발표하며 ‘주주 표심 잡기’를 위한 전략적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BC 사업은 지난달 정부 심의를 최종 통과했다. 서울시 인허가 절차를 거쳐 이르면 연내 착공될 예정이다. 국내 최고 높이인 569m, 지상 105층 규모 빌딩과 호텔, 전시·컨벤션 시설, 공연장 등으로 조성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유력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 루이스는 이날 지배구조 개편 등에 관한 현대차그룹 제안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글래스 루이스는 지난해 5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반대’ 입장을 내며 엘리엇 편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쟁점 의안들 모두 현대차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엘리엇에 맞선 현대차의 주주 지지 확보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래스 루이스는 “이번처럼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보통주 기준 현대차가 제시한 주당 3000원 지급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주당 2만1967원에는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또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 향상과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R&D 비용과 잠재적 인수합병(M&A) 활동이 요구된다”면서 사측이 제시한 미래비전에 힘을 실어줬다.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사측이 제시한 세 후보에는 모두 찬성 의견을 낸 반면 엘리엇이 제안한 세 후보에는 모두 반대를 권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