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숨통 못 튼 김정은… 韓·中에 손 내미나

입력 2019-02-28 21:15

미국과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은 당분간 남한과 중국에 더욱 밀착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제재를 풀 수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숨 돌릴 곳’이 절실한 상황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재개되지 않을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급한대로 우리 정부와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며 제재로 인한 압박을 버티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대북 제재로 인한 압박이 올 상반기에는 평양까지 올라올 것”이라며 “경제·외교적 고립이 풀리지 않으면 북한이 기댈 곳은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에는 제재로 인한 고립을 버틸 수 있는 지원을 더 확대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우리 정부에는 남북 경제 협력에 더 속도를 내자고 제안하고,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에 대한 설득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북한이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온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중국이 북한에 우호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실질적 도움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중국도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결국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한국이나 중국이 북한을 도와주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오히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면서 미국을 지원사격할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중국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