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애 母子 휠체어 교통사고… 60대 어머니 끝내 숨져

입력 2019-02-26 21:41
부산 영도경찰서는 26일 새벽 장애인 모자가 함께 타고 있던 전동휠체어가 택시와 충돌, 60대 어머니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헬스장 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60대 청각장애 어머니와 마중 나왔던 40대 지체장애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어머니는 숨지고 아들은 중상을 입었다. 사고 구간은 오르막길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던 아들은 밤늦도록 일한 어머니를 편하게 모시기 위해 자신의 무릎 위에 앉도록 한 뒤 이동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26일 0시10분쯤 부산 영도구 동삼동 와치복지관 앞 왕복 2차로 도로에서 택시와 전동휠체어가 충돌했다. 전동휠체어에는 아들 손모(44)씨와 어머니 이모(67)씨가 함께 타고 있었다. 이씨는 뇌출혈과 복부출혈 등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외상응급센터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아들도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경찰은 택시가 좌회전한 뒤 해당 도로로 진입하자마자 전동휠체어와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장애인 모자를 태운 전동휠체어는 역주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옆에 인도가 있었지만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한 데다 가로수와 소화전 등으로 인해 전동휠체어를 탄 채 인도로 이동하기 어려워 차도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이들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정상 차로로 가면 차량 운행에 방해될 것을 우려해 역주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 CCTV를 확보하고, 택시기사가 전방주시 의무 등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나 전동휠체어 모두 속도가 빠르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사고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충돌 직후 아들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추락하면서 머리 등을 바닥에 세게 부딪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도구에 따르면 이들 모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청각장애 4급인 어머니가 일을 해 번 돈과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 수당 등을 합해 지체장애 5급인 아들과 생계를 유지했다. 지체장애 3급이었던 아버지는 3년 전 숨졌다. 영도구 관계자는 “어머니가 가장 노릇을 하면서 아들을 돌봤는데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