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천명한 ‘신한반도 체제’는 한반도 운전자론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이은 문 대통령의 세 번째 한반도 평화 구상이다. ‘북한 핵 문제를 우리가 주도해 풀어나간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역사성을 더하고 남북 주도의 해결 방법을 강조한 개념이다. 한반도에 굳어졌던 ‘남·북·미 대(對) 북·중·러’ 냉전구도를 남북 경제협력을 매개로, 한민족 공조로 해결해 나가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베를린 연설에서 신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 합의 법제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군사분계선으로 단절된 남북을 경제벨트로 묶어 함께 번영하는 경제공동체 구상(한반도 신경제 지도)과 인도주의적 행사 재개도 제안했다. 지난해 북한이 이에 화답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매개로 본격적인 한반도 해빙 국면이 시작됐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4·27 및 5·26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내놓은 평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할 것 없이 평화”라며 “동북아에 평화가 없으면 세계의 평화가 깨진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20차례나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한반도 운전자론만으로는 남북 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반도 운전자론 대신 담대한 평화구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다소 조정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천명한 신한반도 체제는 앞선 두 개의 평화 구상에서 한 걸음 나아간 개념으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신한반도 체제에 대해 “우리가 역사의 중심에 선다는 의미”라며 “3·1운동 이후 100년의 역사에서 한국은 주변부이고 변방이었다. 새로운 한반도 체제에선 우리가 주도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남북이 주도적으로 한반도의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역사적 배경 속에 녹여낸 것이다.
신한반도 체제는 대북 제재 완화를 겨냥해 경제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측면도 있다. 제재가 완화돼 북한 경제가 개방될 경우 시장 선점을 놓고 미·중·러·일 주변 강국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한반도 체제는 남북 간 정치적·군사적 결속을 강화해 경제적 공동운명체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 남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필요성도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남북 경협을 매개로 한 신한반도 체제를 강조한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남북 경협을 북·미 협상 카드로 사용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문 대통령은 오는 3·1절 기념사를 통해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기념사에는 3·1절 10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100주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평화경제와 같은 핵심 키워드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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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역사의 주역” 강조… ‘한반도 운전자론’ 업그레이드
입력 2019-02-2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