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게임단을 ‘FC바르셀로나’처럼… SK텔레콤과 컴캐스트의 야망

입력 2019-02-26 04:02
박정호(왼쪽) SK텔레콤 사장과 터커 로버츠 컴캐스트 스펙타코어 e스포츠 총괄이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e스포츠 조인트벤처 ‘T1 엔터테인먼트&스포츠’를 설립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e스포츠계의 FC바르셀로나를 만들겠다.”

SK텔레콤이 세계적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그룹 컴캐스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e스포츠를 통한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본격화한다. SK텔레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케이블TV 회사이자 미국의 1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컴캐스트와 협력을 계기로 한류 콘텐츠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 개막 전날인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컴캐스트 그룹 e스포츠 자회사 조인트벤처 ‘T1 엔터테인먼트&스포츠(T1 엔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SK텔레콤이 최대주주가 되고, 컴캐스트는 지분 투자를 통해 2대 주주에 오른다. 양사는 기존 SK텔레콤 프로게임단을 공동 운영하며 콘텐츠 생산·유통수익부터 게임 대회 우승 상금 등 구단 자체 운영수익을 낼 계획이다. 또 SK텔레콤의 ‘e스포츠’ 유통 채널이 기존 ‘트위치’ 등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에서 미국 케이블TV까지 확대된다.

e스포츠 시장은 미국, 아시아, 유럽을 중심으로 매년 30~40% 성장하는 블루오션이다. 우승 상금과 중계권 계약, 유니폼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전 세계 e스포츠 산업은 지난해 8억69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에서 2022년 29억6300만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로 매년 35%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축구리그 ‘라 리가’의 연간 시장 규모인 약 28억 달러(약 3조1000억원)를 웃돈다.

T1 엔터는 프로게이머의 개인방송 콘텐츠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SK텔레콤은 2017년부터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 트위치와 중국 플랫폼 업체 등과 계약을 맺고 소속 선수들의 개인방송을 선보여왔다. 인기 게이머 ‘페이커’(이상혁)의 생방송은 동시 시청자가 최대 100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게임 개인방송은 11조원대 대형 시장으로 평가된다.

양사는 SK텔레콤의 프로게이머 자원과 컴캐스트의 미디어 역량을 앞세워 e스포츠 콘텐츠를 제작·유통할 방침이다. 주 소비층인 10~30대를 대상으로 유니폼 판매 등 신규 사업도 추진한다. 양사는 소속 프로게임단을 스페인 명문 축구팀 ‘FC바르셀로나’같이 육성해 구단 운영만으로도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SK텔레콤은 한류 콘텐츠의 미국 안방 진출도 추진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국내 방송사·콘텐츠 기업들과 제휴해 한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거나 공급받을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며 “‘NBC유니버셜’ ‘드림웍스’ 및 세계 곳곳에 방송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컴캐스트와의 협력을 계기로 한류 콘텐츠의 미국 진출 확대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캐스트는 54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e스포츠, 미디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확대를 함께할 든든한 동반자를 얻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강화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