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을 ‘국빈방문(state visit)’ 대신 ‘공식친선방문(official friendly visit)’하는 이유는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전 등급으로 보면 공식친선방문은 국빈방문보다는 낮지만 ‘실무방문(working visit)’보다는 높은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공식친선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전날 베트남 외교부도 이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공식친선방문은 김 위원장의 빡빡한 일정을 감안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국빈방문일 경우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뿐 아니라 베트남 국빈 자격으로 여러 오찬, 만찬과 환영 행사까지 다 참석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여유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7~28일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김 위원장이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노이 도착 예정일인 26일 하루밖에 없다.
특히 비핵화라는 무거운 회담 의제가 방문 형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양측은 2차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도 치열한 실무 협상을 이어갔다. 지난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남북관계 개선 사업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지난 21일 “시기적으로 어렵다”며 3·1절 남북공동기념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남측에 통보했으며, 9·19 군사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 군 당국 간 협의도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다.
앞서 북한이 베트남 국빈방문을 성사시켜 ‘정상국가 이미지’를 띄우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하지만 북한 매체가 보도한 수행 명단에서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퍼스트레이디 외교’ 등 비핵화 회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정을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모든 역량을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은 북·미 정상에게 국빈방문급 의전을 제공할 예정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베트남 방문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1958년, 64년 방문 이후 55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북한과 베트남이 관계회복을 위한 별도의 ‘외교 이벤트’를 이번에 선보일 수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음 달 1일까지 하루 더 머물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베트남 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국빈방문에 준하는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김정은, 베트남 국빈방문 아닌 공식친선방문… 북·미 정상회담에 올인 전략
입력 2019-02-24 19:01 수정 2019-02-24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