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년의 우리 역사에서 늘 종교가 정신적으로 민족과 시대를 지배해 왔다. 우리 민족의 초창기에 민족종교는 보국안민을 위해 힘썼고, 삼국시대에 유교는 교육을 통해 사회와 국가의 질서를 체계화했으며, 불교는 신라가 화랑도 정신으로 무장하여 삼국을 통일하게 했다. 근대에 130여 년의 선교역사를 가진 기독교는 3·1운동을 전국적인 거사로 주도해 부분적으로나마 일본의 무력정치를 문화정치로 바꾸게 했고, 해방 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의 해이다. 현재 우리나라 제1의 종교인 기독교는 한반도 통일시대에 국민정신을 선도할 사명이 크다. 이러한 때에 살펴볼 3·1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독교정신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복음정신이다. 이것은 ‘영육의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유케 하는 구원정신’이다. 누가복음 4장 16~21절에 의하면 예수님은 공생애 첫 번째로 회당에서 이사야 61장 1~2절을 읽으시고 메시아로 오신 사명을 선포하셨다. 이것은 또한 교회의 사명으로서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기독교는 죄에서의 구원뿐만 아니라 일제의 무력통치 억압에서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3·1운동에 앞장서게 된 것이다. 이후에 신사참배의 강요로 기독교를 억압하고 말살하려고 했으나 주기철 목사의 순교로 기독교가 승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는 연합정신이다. 당시 기독교 신자는 전 국민의 1.5%였지만 감리교와 장로교가 중심이 돼 전국 주요 지역에 조직된 교회들이 있었다. 이들 교회를 통해 일시에 3·1운동의 거사를 일으킬 수 있었다. 특히 3·1독립선언서의 민족 대표자 33인 중 기독교인이 16명이었고, 미션스쿨인 이화여학교와 배제학교 등에서 학생들이 밤새워 태극기를 제작해 전국 교회들에 배포하기도 했다. 게다가 각 지역에서 만세운동에 참여한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이 많지만 평양 장대현교회와 남산현감리교회, 서울 정동제일교회, 상동감리교회, 승동교회, YMCA, 부산 부산진교회와 부산진일신여학교, 경북 포항교회, 대구 남성정교회, 경남 밀양 춘화교회, 전남 목포 양동교회, 전북 군산 구암교회, 익산 남전교회, 충남 천안 매봉교회(유관순의 모교회), 공주제일교회, 충북 청주제일교회, 인천 강화읍교회, 강원 철원감리교회, 강릉감리교회 등이 유명하였다. 이러한 전국적인 거사는 교파를 초월해 모든 교회가 일치하는 연합정신이 있어서 가능했다.
셋째는 부활정신이다. 기독교인은 속죄의 은혜로 예수님과 함께 죽고 예수님과 함께 부활해 영생하는 믿음이 있기에 죽음을 이기는 정신이 강하다. 기독교인들은 일제의 총칼 앞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용감하게 맨손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것이다. 더구나 기독교 신앙으로 무장된 유관순 열사는 감옥에서도 부활정신이 투철해 온갖 고문과 회유책에도 굴하지 않았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라고 했다.
넷째는 애국정신이다. 기독교에서 하나님 사랑과 더불어 이웃 사랑은 나라 사랑과 직결된다. 예수님은 멸망할 예루살렘 성을 보시고 우셨으며(눅 19:41~44), 사도 바울은 민족의 구원을 위해 자신이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좋다는 고백을 했다.(롬 9:1~3) 3·1운동은 이러한 애국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며 국내외 한민족과 기독교 신자들이 대동단결해 일으킨 사건이다. 특히 1919년 2월 8일 일본 수도 동경 한가운데 있는 조선기독교청년회관에서 이광수, 현상윤, 최팔용 등 11명의 기독교 유학생들이 주도해 ‘한국유학생대회’를 개최하고, 600여명이 참석해 독립선언서와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후에 3·1운동과 아시아 약소국 전체에도 큰 영향을 줬다.
마지막은 평화정신이다. 기독교가 비폭력으로 3·1운동을 주도한 것은 평화정신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산상보훈 중에서 “화평케 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마 5:9) 오직 태극기만을 손에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것이 오히려 무기를 가진 자들로 하여금 부끄럽게 만들었다. 우리 민족은 독립선언서에서도 강조했듯 온갖 모욕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동아시아의 평화를 추구하며 세계를 포용하는 위대한 민족으로서 강제병합의 무력으로 동아시아의 패권을 쥐려는 일본을 오히려 책망하고 훈계했다.
이제 우리는 20세기에 3·1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독교정신으로 21세기에 복음통일시대를 열어갈 때가 되었다. 한민족의 미래에 진취적인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복음정신, 연합정신, 부활정신, 애국정신, 평화정신이 이 시대의 국민정신으로 발전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한반도의 통일이 완성될 것으로 확신한다.
최충하 목사
최충하 목사 약력=예장대신총회 전 총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사무총장, 한국외항선교회 총무, 드림업미디어 대외협력 사장
[편집위원 칼럼] 3·1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독교정신
입력 2019-02-26 22:30